입체·설치 작업 6점 선봬…철거 진행 중인 아파트의 파편들 재구축

홍유영_Duration_오브제_가변크기_2022.
홍유영_Duration_오브제_가변크기_2022.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스페이스 몸 미술관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풍년로 162 제 1전시장에서 ‘아나크로니 홍유영 개인전’을 다음달 10일까지 전시하고 있다.

홍유영(47) 작가의 이번 전시 ‘Anachrony아나크로니’ 展은 도시 공간과 사물의 정치적 사회적 관계, 도시화 과정에서 사물과 사고가 변형되는 방법과 변화에 주목해 온 작가의 입체·설치 작업 6점을 선보인다.

다양한 관념들의 이질적 관계성에 주목한 작품들은 단순한 공간의 묘사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사회 구조 속 인간의 욕망과 좌절, 긴장과 불안이 일련의 공간을 생산하고 작동, 질서와 체계를 보이는 방식으로 확장된 시선을 보여준다.

작가는 ‘Anachrony’에서 점차 사라져가는 주거 공간을 중심으로 감각과 생각의 흐름을 따라 올라가 마침내 구체적으로 형상화되는 또 다른 이야기들을 펼쳐본다.

작가가 태어나고 최근까지 살던 주거지이자 현재는 재건축으로 철거가 진행 중인 서초구 반포동의 50년 가까이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철거가 시작되기 전부터 오가며 수집한 폐기된 사물 또는 건축물 파편들을 연속적 상태로 끌어내 끊임없이 변형하는 또 다른 실존적 형상을 만들어낸다.

한때 어느 누구의 삶과 함께 지속되었고 다양한 시간이 축적된 사물들과 공간들의 사라져가는 찰나를 붙잡아 그 시간의 틈새를 길게 늘여 본다. 전시장 입구를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한쪽 벽면을 따라 길게 설치된 ‘Duration (지속되는 시간)’(2022)은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인 서울 반포의 한 아파트 철거 현장에서 수집한 건축공간의 파편들을 재구축한 작업이다.

건축물의 파편들을 수집할 당시 현장은 건물을 부수는 단계는 아니고 실내 주거공간의 인테리어들을 철거하는 단계라서 아파트 건물 외부에는 건축물의 벗겨진 내부 공간들이 힘없이 널브러져 산처럼 쌓여있었다. 이 작업은 한때 오래된 아파트 실내 공간에서 다른 공간 구조를 이루고 있었던 건축 공간의 부분들을 옮겨와 다른 질서로 연결시키면서 연속적으로 늘어놓는다. 이 껍질 같은 공간의 표면을 모아서 수직이 아닌 수평적으로 재구축하고 이를 또다시 전시장 벽면 위에 수평적으로 설치하여 전시장 벽면 공간을 연장시킨다.

한 장소나 사물 등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특정 대상에 대한 장면들은 기억 속에 저장되는데 이러한 기억들과 생각들은 머릿속에 보관될 때 있는 그대로 보관되기보다 변형된다. 그리고 그것을 현재 시점에 찾아서 다시 꺼내어 볼 때 또 한 번의 변형 과정을 거치며 재생산 된다.

낮은 높이의 커다란 플랫폼 위에 만들어진 ‘Insomnia (불면증)’(2022)은 재건축 현장에서 수집한 다양한 오브제들과 이를 공간적 지표로 삼은 복잡한 선적 공간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과거의 한 공간의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던 사물들은 현재 시점에 소환되어 전시된 공간에서 또 다른 공간을 만들며 새로운 서사를 만든다.

하루종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과 그 시간을 타고 함께 움직이는 의식의 흐름 안에 있다 보면 지각하는 대상의 실체와 깊이를 가늠하고자 하는 갈증을 느끼게 된다. 지나온 횡적인 시간과 그 횡적인 시간을 이루는 수많은 시간들의 찰나들은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종적으로 확장시키는 지에 따라 그 대상의 보이지 않는 영역이 결정된다.

전시장 한쪽 벽면과 한가운데 놓여진 ‘Negative Landscape (네거티브 랜드스케이프)’(2022)의 벽면에 설치된 네 개의 사각 스텐레스 구조는 두 면이 각기 다른 길이로 잘린 형태로 그 경계 안쪽으로는 잘려진 녹색 유리 파편들이 다양한 형태와 층위로 채워져 있다.

홍유영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10여회의 개인전을 열었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