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 청주오창호수도서관 사서

사실 서명만 보고는 요즘 핫한 가족애를 담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이 시기에 15년을 함께한 반려견의 건강이 좋지 않아 더욱 <작별인사> 서명이 마음에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상상과는 다른 미래의 지구에서 완전한 인간형으로 만들어진 로봇이 등장하는 SF장르의 소설 이였다. 와~ 예상치 못했던 장르에 ‘헉’하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갔다.

<작별인사> 이 소설은 미래의 통일된 한국을 배경으로, 한 소년이 길에 떨어져 죽은 어린 잿빛 직박구리를 보고 묻어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이는 학교에 다니지는 않지만 아버지에게 ‘천자문’ 등 고전을 배우며 홈스쿨링을 한다. 아이의 이름 ‘철’은 철학에서 따온 것으로 아이의 아버지는 학부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어느 날 고양이 간식을 사러 펫 숍에 간 아버지에게, 숍 앞에서 기다리며 아버지를 놀라게 해 줄 생각이었던 소년은 검은 제복을 입은 두 남자가 다가와 휴머노이드 등록이 되어 있지 않다며 플라잉캡슐에 태워 수용소로 보내진다.

 인간이 아닐 거라고는 한순간도 생각 해 본 적이 없는 철이… 모험담처럼 이어지는 스토리에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졌다. 인간의 의식을 코드로 가지고 있는 인간이면서 로봇인 철이와 측은지심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종의 유무와 관계없이 모두를 돕고자 하는 절대 선의 존재 선이, 조금은 미성숙한 모습으로 묘사되는 민이... 이름에도 각자의 성향이 묻어나는 것 같다. 작은 아이들 철이, 선이, 민이가 자기정체성을 찾아 모험을 하는 이야기가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 같으며 철학적 질문과 사색이 이 책을 더욱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소설은 끊임없이 묻는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고민의 끝은 ‘죽음’이라는 존재에 다다른다. 결국 소설은 ‘유한한 당신의 삶을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으로 이끈다. SF적인 설정에 ‘삶과 죽음’이란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이 소설은 생각보다 엄청난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하고, 참으로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스토리를 따라가며 철학적 사색도 할 수 있고 메시지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읽어갈 수 있는 여운이 남는 소설이다.

그리고 15년째 나의 곁을 지키고 있는 반려견은 비록 2주간의 유럽여행 경비만큼의 치료비를 감당해야 했지만, 아직은 작별인사 할 때가 아니라며, 무한한 기쁨과 사랑을 주는 존재로 안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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