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지난주 지역 신문사 주관으로 ‘대청호 규제 완화 토론회’가 열렸다. 충북도지사, 청주시장 등 지역의 여러 인사들이 참석했다. 1부 행사로 ‘충북내륙 연계지원 특별법을 제정하라’, ‘대청호 규제완화’가 써진 손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2부에서는 ‘취재기자가 본 대청호 실태’, ‘대청호 지속가능발전 방향’의 주제발표가 있었고, 관계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청중들의 의견을 듣는 시간이 있었고, 여러 주민들이 발언했다. 그중에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토론회의 취지와 발제 내용에는 동의한다. 지속가능한 대청호 상류의 발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합리적으로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그런데, 발제 내용과 1부에서 주창한 특별법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모르겠다. 대청호 피해에 대한 보상과 특별법이 관계가 없는 듯 비춰진다”고 말했다.

뼈있는 지적이다. 충북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으로 제시한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대청댐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피해이다. 그런데 정작 특별법(중부내륙연계발전지역 지원 특별법)에는 대청호 상류 규제지역에 대한 제도나 지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충북에 더 많은 국비 지원을 내세우고 있다. 충북의 피해에 대해 충북에 지원받는 것이니 문제될 것이 없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대청호 상류 주민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까? 생각해볼 문제다.

대청호에 대해 우리는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2011년, 충북도는 대청호에 유람선을 띄워 지역주민의 한을 풀어주겠다고 나섰다. 대청호의 피해를 정량적으로 추산하고(약 2천500억원/년), 유람선을 띄워 그 피해와 주민의 한을 풀어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유람선은 1980년 댐 건설 당시 정부의 약속이기도 했기에 당연한 주장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청호 주민을 위한 충북의 주장은 유람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연히 환경부와 시민단체의 저항에 부딪혔고, 10년 넘게 추진한 유람선 띄우기는 실패로 돌아갔다. 지역 주민들도 유람선이 자신들의 삶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 보여주기 공약, 정치인들의 생색내기 정책보다 실제 주민들이 필요한 것을 고민해달라고 말한다.

대통령 부인의 ‘빈곤포르노그래피’로 나라가 시끄럽다.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그들의 실상을 고발할 목적이 아니라, 그들을 자극적으로 연출하여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를 ‘빈곤포르노그래피’라고 부른다. 이 포르노그래피의 어원에는 ‘이야기(그라포)’가 있다. ‘매춘부들의 이야기’로 시작된 용어가 자극적 성적 노출을 이용한 돈벌이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이다. 이야기는 없고 성적인 자극만 남은 것이다. 빈곤포르노그래피도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비판받는 것이다. 사진 촬영 이전과 이후에 빈곤 문제에 대한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없으면 진정성을 의심받게 되고, 빈곤포르노그래피가 된다.

대청호도 마찬가지이다. 민선 5기부터 시작된 대청호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지역주민의 이야기가 소외되고 행정가나 정치가의 이야기만 있었기에, ‘대청호포르노그래피’가 되었다. 충북특별법에도 대청호 주민들의 이야기가 듬뿍 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화려한 법보다 지역을 잘 아는 것이 먼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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