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덕초등학교 교감

핑크 색깔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퍼시가 있다. 핑크를 너무 좋아해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핑크로 물들인다. 개인 소유물은 말할 것도 없고, 나무와 풀, 꽃과 동물도 핑크로 물든다. 핑크대왕 퍼시는 만족스러웠을까?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왕이었지만 단 한 곳, 하늘은 핑크로 바꿀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전긍긍하던 퍼시에게 스승은 하늘을 핑크색으로 바꿀 묘안을 전해준다. 그것은 바로 핑크색 안경. 이제 세상을 물들일 필요는 없다. 퍼시가 안경을 쓰면 모든 것들이 핑크로 보이게 되었으므로.

서양의 재미있는 동화 ‘핑크대왕 퍼시’의 이야기이다. 핑크대왕 퍼시와 마찬가지로 우리 모두는 ‘프레임’이라는 마음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같은 현상과 경험이더라도 그것을 바라보는 프레임에 따라 받아들이는 인식에는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어떤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에 따라 우리의 생각과 행동, 결과물은 달라지게 된다.

충북도교육청이 2021년 조사한 교육 회복을 위한 학부모 설문조사 중 가장 높은 필요성이 요구된 것은 학습 분야이다. 코로나 상황으로 무엇보다 학습적인 면이 부족하게 되었고, 이를 보충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결과로 보여진다. 많은 연구 결과에서도 학습, 언어적 능력이 학생의 학교 생활 전반에 영향력을 끼친다는 보고가 있다.

학습적인 부분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역량은 바로 읽기 능력이다. 읽기에 어려움을 가지는 읽기 부진은 학습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학습 부진의 80% 이상이 읽기 부진에 해당된다. 문제는 읽기가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며, 단순히 글을 읽기만 한다고 의미를 획득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해독과 독해가 함께 이루어질 때 성공적인 읽기가 가능하며, 그 과정은 꽤 복잡하고 어렵다. 이런 어려움을 지닌 읽기이지만 대부분의 성인들은 읽기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 독자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성인들은 이미 그 과정을 지나왔으며, 이제는 읽기 자체가 익숙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능숙한 운전자가 초보운전자 시절을 기억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게다가 한국인이라면 가지는 ‘한글’에 대한 아우라는 읽기에 대한 오해를 부채질한다. ‘슬기로운 사람은 아침이 가기 전에 깨치고, 어리석은 잘도 열흘이면 알 수 있다’는 훈민정음 해례본 정인지 서문은 이렇게 쉬운 한글을 가지고도 읽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정말 그럴까?

최근 문해력 교육이 대두되고 있다. 초등교육에서 특히 관심을 가지는 초기 문해력은 만 8세 이전의 문해력 발달 양상을 말한다. 초기 문해력은 이후 문해력 발달 단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초기 문해력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이는 심각한 읽기 부진에 빠지게 되고, 읽기 부진은 필연적으로 학습 부진으로 귀결된다. 초기 문해력의 수준과 질은 아이의 평생 학습 능력을 좌우하게 된다.

코로나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대상자는 누구였을까? 앞으로 큰 어려움을 겪으리라 예상되는 이들은 누구일까? 교육 회복을 위해 가장 염두에 둬야 할 대상자는 누구일까? 문해력 교육의 프레임으로 아이들을 바라본다면 그 대상자와 방안은 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어떤 안경을 쓰고 현장을 바라봐야 할지 고민해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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