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몸미술관, 김용철·홍인숙 개인전

김용철 ‘1988이후 모란 그리기-늘 함께’전 스페이스몸미술관 전시실. 홍인숙 ‘달빵달빵’전 스페이스몸미술관 전시실.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청주시 가경동 스페이스몸미술관은 다음달 11일까지 2, 3전시장에서 김용철 작가의 ‘1988 이후 모란 그리기-늘 함께’, 홍인숙 작가의 ‘달빵달빵’을 각각 전시한다.

스페이스몸은 ‘종과 횡-강력한 염원’이라는 타이틀 아래 올 한해동안 4회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상반기에는 기록의 의미를 사진으로 전시했으며, 하반기는 상징적 회화를 통해 종과 횡으로 가로지르며 감염병이라는 암담했던 시간에서 벗어나 성찰과 염원이라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도상이나 기호를 즐겨 사용하는 김용철, 홍인숙 개인전은 ‘종과 횡-강력한 염원’ 시리즈의 마지막이 된다.

김용철 작가는 70, 80년대 변화의 물결 속에서 전통이라 불리는 변하지 않고 이어온 가치 ‘함께하기’를 풍요와 긍정, 사랑의 표상인 대상들로 작업해왔다. 모란꽃과 하트(기호), 새는 작가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며 민화의 의미와 상징을 현대적으로 전이시킨다. 가정의 화목과 부귀를 바라는 마음과 의식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오는 절실한 바람이며 인류 사회를 지탱해온 근본 가치이다. 작가의 작품 속 도상과 이미지들은 변하지 않는 가치로서 반복적으로 그려지며 주술적 의미를 가진다.

이번 전시 ‘1988 이후 모란 그리기-늘 함께’는 여러 매체와 기법, 대상을 지나 모란을 기반으로 한 화조도, 풍경 등 전통 이미지를 작업의 주요 대상을 삼기 시작한 작품들이 전시된다. 1980년 후반의 작품부터 근작까지 작가가 삶에서 찾은 오랜 즐거움, 가치와 미감을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홍인숙 작가는 한글을 연상시키는 그림을 그려 보인다. 그림과 문자, 소리가 겹쳐서 동시에 정보 이상을 전달한다. 종이판화작업을 하는 작가는 작품의 일부분을 차지했던 글자를 전면 배치하며 글자로 만들어진 풍경으로 전환시켰다. 우리말에서 글과 그림의 어원이 같다는 것을 증명하듯이 그림인가 하면 글자로 읽히고 글자인가 하면 예쁜 그림이 보인다.

홍인숙 작가의 작품은 복수의 작품을 생산할 수 없으나 기법이 종이로 찍는 판화임에 인쇄술을 연상하게 한다. 이전에서 ‘사랑/싸랑’처럼 ‘ㅅ’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는데 최근작은 ‘ㅂ’자로 옮겨가 밥, 빵, 뿅 같은 단어 한글자로 축약됐다. ‘ㅁ’에 비하면 ‘ㅂ’은 일어서는 글자이다. 땅을 의미하는 ‘ㅁ’에서 솟아올라온 ‘ㅂ’은 밥이라는 글자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 필연성이 느껴진다. 각진 형태에서 비롯된 것인지, 베어진 종이의 반듯함 때문인지 텅 비워진 종이에서 온화한 빛깔을 반사하는 종이의 회화이자, 판화 작품은 벼리어 남은 한 글자를 단단하고 굳건하게 세워놓는다.

작가는 ‘반복’을 즐겨 사용한다. 반복으로 균형과 일그러짐을 적절히 사용하여 무게에서 벗어난다. 이는 삶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이자, 함께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격려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스페이스몸 관계자는 “전통적 사물에서 새로운 영감과 상상력을 발현시키는 김용철, 홍인숙 작가는 읽히는 글자와 이미지로 좁은 사이를 다시 확장시킨다. 쓰여 지면서 바람이 되고 염원이 되는 글자는 타인의 행복을 비는 정성스러운 마음을 발견하게 한다”며 “유전자를 공유한 구성원들의 안녕은 아주 오랜 기원으로 따뜻한 화답을 보내는 특별한 시선을 선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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