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550년 춘추시대, 제나라 영공(靈公)은 본부인에게서 아들 강광(姜光)을 낳았다. 그리고 태자로 삼았다. 하지만 얼마 후 융희(戎姬)라는 미인을 첩으로 들였다. 융희는 영공의 총애를 받아 아들 강아(姜牙)를 낳았다.

그러자 강아를 태자로 세워줄 것을 간청하였다. 영공이 융희를 어여뻐하는 까닭에 이를 허락했다. 신하 최저가 이를 반대하여 나섰다.

“태자를 아무런 이유 없이 폐한다면 나중에 군주께서 후회하실 겁니다.”

다음날 영공은 태자 강광을 폐하고 동쪽 변경으로 보내 군대를 감독하게 하였다. 그리고 막내 강아를 새로운 태자로 삼았다. 이때 융희는 강아가 군주에 오를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이 해에 갑자기 영공이 병이 나서 위중해졌다. 그 틈에 신하 최저가 세력을 규합해 변경에 있는 강광을 모셔왔다. 영공이 죽자 최저가 강광을 군주로 옹립했다. 이가 장공(莊公)이다.

장공은 이전 태자 폐위 사건의 책임을 물어 융희를 죽였다. 이어 융희의 아들 강아를 생매장했다. 본래 장공은 성격이 단순하고 무식했다. 그래서 글 읽는 신하들을 멀리했다. 대신에 싸움 잘하는 무뢰배를 좋아해서 항상 가까이 두었다.

이러다 보니 힘깨나 쓰고 무술 좀 하는 자들이 나라 안을 휘젓고 다녔다. 학식이 있고 능력이 있고 기술이 있고 어진 이들은 어디에도 설 자리가 없었다.

어느 날 장공이 신하 안영을 불러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하나 물어볼 것이 있었소. 옛날 임금들도 힘쓰는 자들과 싸움 잘하는 자들에게 높은 벼슬을 준 적이 있었소?”

안영이 이에 대답했다.

“소신이 알기로는 용맹(勇猛)이란 예의(禮義)를 행하기 위해 죽음을 두려워 않는 것을 말합니다. 이는 힘이 센 것만이 아니라 예와 의를 행한다는 뜻입니다. 역사(力士)란 악한 자를 물리치기 위해 싸움을 피하지 않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저 싸움만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악한 것을 물리치는 일이니 인의(仁義)를 행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작금의 상황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의와 인의를 모르고 그저 포악하게 함부로 힘을 써서 이름을 날리고자 하니 이는 나라를 위태롭게 할 징조라 하겠습니다. 하나라 마지막 임금인 걸왕은 천리를 달려도 지치지 않는 비중이란 자와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는 악래라는 자에게 높은 벼슬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걸왕의 총애를 믿고 천하를 능멸하였고 백성들을 함부로 짓밟았습니다. 그 위세에 조정 대신들까지 벌벌 떨어야 했습니다. 결국은 백성들이 등을 돌려 떠나니 나라가 망하였습니다. 무뢰배를 우대하는 나라치고 망하지 않은 나라가 없었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난 장왕이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다음날 안영의 말을 잊어버리고 무뢰배들을 고위직에 대거 중용하였다. 얼마 후 장왕은 무뢰배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이는 ‘사기세가(史記世家)’에 있는 이야기이다.

우이독경(牛耳讀經)이란 소귀에 경 읽기란 뜻이다. 어리석은 사람은 아무리 가르치고 일러주어도 알아듣지 못함을 의미하는 말이다. 지혜롭게 살고자 하면 선배와 노인과 성현의 말을 새겨들으라.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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