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은 목록을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고 한다. 국어사전에서는 ‘소망 목록’으로 부른다. 그 어원은 자살하기 위해서 목에 줄을 맨 뒤에 양동이 위에 올라가서 양동이를 차다라는 것에서 나왔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버킷 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100대 명소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호스피스 병동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하여 전하는 것들을 보면 매우 일상적인 것들이다. 호스피스 병동 봉사자가 전하는 이야기로 40대 여성 말기 환자에게 하고 싶은 일이 뭐냐고 물었더니 “설거지”라고 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먹먹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녀의 마지막 소원은 집에 가서 두 자녀와 남편을 위해 요리를 하고 설거지까지 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가족의 도움으로 구급차로 집에 갔고, 단지 집안을 한번 둘러본 뒤에 병원으로 돌아와서 1주일 뒤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처럼 실제로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의 소원은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하는 불가사의한 명소가 아닌 아주 평범한 일상임을 보여준다.

인터넷에서 볼 수 있는 2022년에 꼭 하고 싶은 소망목록들을 보면 거창한 것들은 없다.

우리나라나 외국의 평범한 사람들의 목록에는 해외여행, 외국어 공부가 가장 많고, 부모님에게 편지 쓰기, 직접 요리를 해서 부모님에게 드리기, 밤새 친구와 놀아보기, 하루 30분 이상 운동하기, 한 달에 1권 책 읽기처럼 거창한 것들을 소망목록에서 보기가 어렵다.

대학생들에게 방학 중에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적어 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영어 공부한다고 한다. 그러나 방학이 끝난 뒤에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 새해에 하고 싶은 것으로 성인 남성이 첫 번째 리스트가 금연이었다. 그러나 실제 금연한 비율은 매우 낮았다. 버킷 리스트는 하고 싶은 목록이 되어야지 해야 할 목록을 작성하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학기 초에 하루나 몇 시간이면 할 수 있는 그러면서 하고 싶은 일을 날짜까지 적어서 버킷 리스트를 적어서 내도록 과제를 낸다. 그리고 학기 말에 자신의 버킷 리스트를 실천한 것에 대한 평가를 요구하고 있다.

많은 자기 계발서와 성공에 대한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으로 꿈이나 뚜렷한 목표를 가진 삶을 습관화할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명확하고 때로는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도 그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사람은 3%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버킷 리스트는 이러한 목표 찾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처음에는 대학로에 가서 연극 보기, 베스트 셀러책 일기와 같이 하루나 몇 시간에 완성할 수 있는 것들로 버킷 리스트를 작성하여 실천에 옮기는 것을 습관화하게 되면 다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리스트로 작성하여 실천하게 되고, 이는 언젠가는 큰 삶의 목표로 이어져서 그것을 실천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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