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영 오창호수도서관 사서

나는 ‘만약에’로 시작하는 질문을 좋아한다. 이 질문은 극단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만드는 상상력 테스트다. 예를 들면 ‘만약에 스마트폰 없이 1년 동안 지내는 사람한테 100억이 생긴다면 할 거야?’와 같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전제하여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이 질문을 들으면 누군가는 ‘도대체 이런 게 왜 재밌어?’라고 묻지만 이 ‘만약에’라는 전제를 끝없이 상상해보면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된다. 현실과 이상을 오가는 그럴 법한 상상은 웃음을 주기도 하며 가끔은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기도 한다.

여기 나처럼 이상한 상상하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 있다. 이 책은 말도 안되는 상상을 설득력있게 풀어낸다. TV 버라이어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디션 포맷을 접목하여 어떤 궤변이 참신한가를 겨루는 ‘궤변 말하기 대회’는 읽으면서 ‘어? 이거 진짜 있을 법한데…’라는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여 철학적 고찰까지 도달하게 만든다.

세상을 컨베이어 벨트에 비유하며 50세 이전의 죽음을 폐기, 50세 이후의 죽음을 상품 출하로 표현한 ‘이 세상은 컨베이어 벨트입니다’라는 궤변은 인간의 죽음을 상품의 생산과정과 연결해 신선하게 풀어내 ‘존재’에 관한 고찰을 하게끔 만들고, 귀신 목격담이 예전보다 없어진 이유를 공장식 대량축산과 결합해 인간의 욕심으로 잔인하게 죽은 가축들이 죽은 인간의 영혼을 공격해 인간의 영혼은 두번째 죽음을 당하여 귀신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는 ‘동물 귀신을 본 적 있나요’란 궤변은 공장식 대량축산에 대해 돌아보게 만들며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한다.

“우린 무엇이 궤변이고 무엇이 사실인지도 모르는 성공한 궤변들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190p. 중)

궤변과 사실은 한끝 차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위 문장은 과학실험의 전제와 비슷하다. 실험을 성공하면 ‘참’, 실패하면 ‘거짓’으로 구분되는 이분법적 결론이 어쩌면 현실의 사실과 궤변을 구분하는 척도가 아닐까 싶다. 궤변이라 생각되는 문장이 실은 증명이 덜 되어 사실이 아닐 뿐이지 실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사실이 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가질 필요가 있다. 혹시 모른다. 서두에 말한 ‘만약에 1년 동안 스마트폰 없이 지내면 100억을 받는다’는 나의 질문이 누군가에게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대신 자기 성장의 시간으로 바꿔 정말 100억을 벌 수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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