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유엔헌장은 더 많은 자유 속에서 사회적 진보와 생활 수준의 향상을 촉진할 것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한 국가 내에서 어느 개인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이 연대하여 그 위협을 제거하고 자유를 지켜야 하듯이 국제사회에서도 어느 세계 시민이나 국가의 자유가 위협받을 때 국제사회가 연대하여 그 자유를 지켜야 합니다.”

“진정한 자유는 속박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아니라, 자아를 인간답게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입니다.”

위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유엔에서 한 연설문 가운데 ‘자유’를 강조한 대목을 옮겨온 것이다. 그는 자유라는 단어를 21번이나 썼는데, 자유의 진정한 의미와 관련하여 사회적 진보와 생활 수준의 향상, 자아를 인간답게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강조하고, 자유가 위협받을 때는 구성원들이 ‘연대하여’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유엔 연설이 시대정신에 비추어 적절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위 내용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진정한 자유와 인간다운 삶은 서로 연결되어야만 하고, 이것이 보장되지 않을 때는 시민들이 연대하여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에 대해 평가할 때 말과 행동이 서로 일치하는지를 잣대로 삼아야 한다. 최고 권력자가 입으로만 자유를 외치고 실제로는 자유를 억압한다면, 그는 허울뿐인 자유를 통치수단으로 악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의 개성은 말과 글, 그림 같은 표현을 통해 만들어지고 다듬어진다. 이런 개성들이 자유롭게 서로 부딪치고 어울리면서 누구나 공감하는 공동체의 가치를 만들어 낸다.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면 자기검열이 강화되면서 사회는 활기를 잃고 어두워진다. 그래서 헌법학에서는 표현의 자유는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경우에만 제한할 수 있다고 가르친다.

윤 대통령이 뉴욕 행사장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난 바로 다음 현장을 벗어나면서 한 욕설 파문이 10일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말을 한 당사자는 자신이 한 말이 어떤 것이었는지에 대해 아무런 해명을 하지 못하면서, 여권은 당시 발언에 문제가 없었고 오히려 mbc가 특정 정당과 유착하여 자막을 조작했다는 취지로 여론 흐름을 바꾸려고 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mbc에 공문을 보내 방송 경위를 밝히라고 압박하고, 여당 의원들은 mbc를 찾아가 항의하고, mbc 사장 등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하였다.

윤 대통령이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품위에 어긋나는 발언을 하였고, 이를 현장에서 확인한 언론이 보도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언론의 의무다. 윤 대통령은 유엔까지 가서 그토록 자유를 부르짖었는데, 실제는 전혀 자유를 보장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최근 부천국제만화축제에서 ‘윤석열차’라는 풍자만화가 금상을 받은 것에 대해, 문체부는 “정치적 주제를 다룬 작품을 선정, 전시한 만화영상진흥원에 엄중히 경고한다”, “신속히 관련 조치를 취하겠다”며 엄포를 놓았다. 이렇게 표현의 자유를 겁박하면서, 윤석열 정부는 무슨 배포로 자유를 부르짖는가?

이런 언행 불일치를 언제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가? 윤 대통령이 유엔에서 말한 것처럼, 시민들은 자유를 억압하는 권력에 맞서 연대하여 싸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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