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지난 9월 초 직지문화제가 열렸다. 청주민예총도 흥덕사지 특설무대에서 흥덕사 무심콘서트로 시민과 만났다. 국악관현악, 퓨전국악, 풍물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시민에게 힐링의 시간을 주고자 하였다.

공연은 단순히 음악을 들려주기보다는 음악을 통해 마음 깊은 곳 나의 본성과 자아의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나마 자신을 돌아보고 직지에서 이야기하는 깨달음을 얻는다는 다소 거창한 목표를 가졌다. 공연에 담은 의미대로 공연이 진행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마음만은 전달되었으리라 믿는다. 연주자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공연을 준비하여 ‘직지’ 상하권 해설본을 읽었다. 해설본을 읽어보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직지가 담고 있는 내용을 알게 되었다. 부처와 조사들이 마음의 본체를 바로 가리켜 보인 설법의 내용을 백운화상이 초록한 책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금속활자로 찍어낸 것이 직지이다. 말하자면, 직지는 선불교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직지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어낸 해가 1377년이다. 이때 간행된 상하 2권 중 하권만 남아 있으며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우리는 언제부터 직지에 대한 애정이 높았을까? 청주의 직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직지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알려지면서이다. 최초, 최고를 좋아하는 우리는 이때부터 청주 직지에 관심을 두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세계 최고 금속활자인 직지의 가치는 인쇄술에 있는 것이 아닐까. 1377년 흥덕사는 왜 금속활자로 직지를 인쇄하려고 했을까. 책은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이 있다. 더 많은 사람에게 책의 내용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인쇄 기술이 뒤따라야 한다. 굳이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을 금속활자로 찍어낸 사연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직지의 내용도 모르면서, 금속활자를 주조한 의미도 잘 모르면서 그냥 직지, 직지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직지 원본은 고사하고 직지 해설본을 읽어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직지라는 이름만 붙이면 되는 세상이 되었으니, 연관성도, 의미도 없으면서 행사명에 직지가 붙는다.

‘마조 산사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부처입니까? 마음이 부처이다. 또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 무심이 도다. 또 물었다. 부처와 도의 거리가 얼마입니까? 도는 손을 펴는 것과 같고 부처는 주먹을 쥐는 것과 같다.’

위 설답은 ‘직지’에 수록된 글 중 하나이다. 백운화상은 전라북도 정읍 출생이다. 고부면 백운마을에는 백운선사 탄생지 기념비가 있으며 백운화상 추모 기념제가 열린다. 직지가 세계 최초 금속활자로 인정됨으로써 백운화상의 가치도 올라갔으리라 여겨진다.

충북 괴산에는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의 주인공인 임꺽정이 고추를 들고 있다. 경기도 양주에는 임꺽정 생가터와 임꺽정봉이 있다. 직지의 고장 청주에 백운화상이 없는 것처럼, 저자 홍명희가 없다.

나 같은 미련한 중생이 직지의 가치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다만, 직지의 고장 청주가 세계적인 도시가 되려면 직지가 담고 글의 의미와 금속활자를 주조한 흥덕사 스님들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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