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기원전 521년 춘추시대, 송나라 원공은 즉위하고 10년 동안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었다. 이는 대부 화씨(華氏)와 향씨(向氏)가 사사건건 반대하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대로 이어온 권문세가로 권력과 재산이 군주에 버금갈 정도였다. 원공은 이러다가는 자신이 언제 저들의 손에 제거되거나 쫓겨날지 모른다고 크게 한탄했다. 그래서 결국은 원한을 품어 화씨와 향씨를 제거하기로 하였다. 이 계획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그런데 화씨가 이 정보를 알게 되었다. 그날로 향씨를 불러 대응책을 논의했다.

“우리는 한 집안이 망하면 다 망하는 것이니 같이 살아야 하오. 그러니 우리가 선수를 쳐서 원공을 몰아냅시다!”

그런데 싸움은 치졸하게 전개되었다. 먼저 화씨가 원공의 자식들을 인질로 잡았다. 그러자 원공 또한 화씨와 향씨의 자식들을 인질로 잡았다. 그런데 원공은 물러설 곳이 없어 스스로 비정하고 잔인해야 했다. 화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일 오전에 인질을 모두 죽일 것이다. 그러나 항복하면 살려주겠다.”

두 대부는 원공이 자신의 자식들을 생각하면 쉽게 죽이지 못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다음날 원공은 인질을 모조리 죽였다. 이에 분노한 두 대부 또한 원공의 자식을 모두 죽였다. 원공이 분노하여 마침내 군사를 몰아 죽기 살기로 공격했다. 싸움은 치열했다. 원공이 불리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이겼다. 두 대부는 어쩔 수 없이 국외로 달아났다.

얼마 후 화씨가 죽자 가문에 분란이 일었다. 차남 화다료가 형인 화추를 몰아내고 문중의 수장이 되고자 했다. 화다료가 원공을 찾아가 형인 화추를 모함하였다.

“화추가 여러 세력을 은밀히 불러모으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를 사전에 막지 않으면 군주의 자리가 위태로울 것입니다.”

원공이 이 말을 듣자 당장에 화추를 잡아 죽이고자 했다. 하지만 원공은 내색하지 않았다. 이는 화씨 형제가 서로 싸우는 것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여긴 것이다.

“당장 군사를 보내 화추를 잡아와라. 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화추는 자신을 잡으러 온다는 소식에 두려워 급히 나라 밖으로 달아났다. 며칠 후 화추의 가신들이 이는 화다료가 꾸민 일임을 알았다. 한밤중에 수레를 몰고 돌아오는 화다료를 습격하였다. 하지만 화다료를 죽이지 못했다. 다음날은 화다료의 가신들이 화추의 가신들을 공격했다. 다음 날은 화추의 가신들이 또 화다료를 공격했다. 이렇게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이 계속되자 화씨 가문은 분열되었다. 결국은 화다료가 문중의 수장이 되었으나 이때는 이전의 권문세가의 명성을 다 잃고 초라해진 상태였다. 원공은 뜻밖에 찾아온 화다료로 인해 제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화씨를 굴복시켰으니 횡재를 한 셈이다. 이는 ‘춘추좌씨전’에 있는 고사이다.

주장낙토(走獐落兔)란 노루를 쫓는데 생각지도 않게 토끼가 걸렸다는 뜻이다. 어떤 일을 하는 도중에 뜻밖의 이익을 얻었을 때 쓰는 말이다. 집안에 복이 들 때면 뜻밖의 이익이 생겨 웃음꽃이 피지만, 망조가 들 때면 생각지도 않은 손실이 생겨 다투고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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