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 청주시 경덕초 교감

학생수의 변화는 우리 학교에는 학급수 감축으로, 큰길 건너 학교에는 학급수 증가로 영향을 주었다. 청주 인구가 풍선처럼 이쪽저쪽에서 일시적으로 부풀었다 가라앉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학교가 구도심에 있는지, 신도심에 있는지에 따라 고민의 종류와 내용은 다르지만 (학령)인구의 절대적인 감소는 모든 학교에 고루 위협적이다.

줄어든 학생수는 교육의 방식에도 질적 변화를 가져와 맞춤형교육을 넘어 개별화교육을 필요케 하고 코로나와 태풍 같은 재해는 필요시 언제든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변모하는 학교를 보며 미래의 학교를 상상해본다.

최근에 출간된 김영하의 소설 ‘작별인사’에는 미래 사회와 인간에 대한 섬뜩한 상상이 나온다. 브리더(breeder)에 의해 생산된 인간, 인간과 매우 흡사하여 구별이 어려운 휴머노이드 로봇, 지금의 우리와 같은 극소수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이 책에서 미래사회에도 여전히 학교가 존재하고 주인공인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 로봇이 학교를 다니고 싶어한다는 설정이 흥미로웠다. 엄청난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친구도 사귀고 싶어하는 주인공은 인간처럼 학교 다니고 싶은데 홈스쿨링 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주인공은 자신을 인간이라 믿으며 출신이 다른 인간이나 또 다른 로봇과도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다른 존재를 궁금해하고, 믿고, 소통하고, 갈등하고, 친구를 사귀는 것은 인간의 고유성인 것 같다. 학교는 이러한 인간의 고유성을 촉진시키기 최적의 장소인 것 같다.

남유하 작가의 ‘평범한 아이들’이라는 책에서는 바이러스로 인해 살아남은 아이들이 모두 원격수업을 하게 되어 학교가 모두 사라진 미래를 이야기한다. 출산율은 급감하고 생존에 대한 공포로 폐쇄적 환경속에서 재택수업만 하느라 학교는 소멸되었다.

이런 세상은 학생들의 극심한 사회성 저하를 가져오게 되어 국가에서 과거의 학교를 다시 만들어 운영하게 된다.

주인공 (인간)소녀는 로봇은 평범한 존재라 그들과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하며 자신과 같은 특별한 인간과만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렵게 사귄 친구도 결국 로봇이었음을 알게 되며 평범한 친구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주었다.

두 권의 책은 학교의 미래에 대해 상상하게 했다. 학생수는 현저히 줄었지만 한 명이 누릴 수 있는 자율권과 혜택이 확대된 학교, 대면과 원격이 혼합된 수업이 기본이 되고 수업과 방학 시기를 학생별로 달리 결정해도 문제없이 돌아가는 학교, 인간교사와 로봇교사가 협업하여 한 명의 학생에 대해 다양하게 집중 지원을 하는 학교, 인간만이 갖는 고유성인 호기심, 상상력, 예술지향, 협업 등을 배우는 교과목으로 편성된 학교, 대면평가와 온라인평가를 종합하여 제공하는 학교. 또래로봇들과 공부도 하고 놀이도 하는 학교의 모습까지도 그려본다.

미래에는 로봇과의 공생이 자연스러울 테니 로봇과 친구가 되고 누구와도 친구 되기 좋은 곳은 다름 아닌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 인간의 사회성 향상과 구성원의 공존을 위해 학교는 계속 존재하면 좋겠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상상을 하다 보니 세상과 학교의 거센 변화 속도에 대한 두려움이 약간 가라앉고 만화경으로 미래를 미리 들여다 본 듯한 느낌도 갖게 한다. 상상하기 딱 좋은 계절, 오늘 밤에도 가벼운 상상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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