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산고 교감

지난 6일 기상청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강도의 역대급이라고 예보한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스치고 지나갔다. 제주와 부산, 울산, 경주 등 태풍의 중심부에 처했던 남쪽 지방은 강풍과 폭우로 많은 피해를 입었고, 다른 지역에서도 정전이나 침수, 시설물 파손 등으로 피해를 겪은 이들이 많았다. 가뜩이나 코로나와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에게 태풍 힌남노는 큰 상처를 주었다.

생각해보면,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태풍은 불청객처럼 우리를 찾아왔었다. 해마다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비바람에 떨어진 과일들과 물에 잠긴 벼이삭을 보며 시름에 잠긴 이웃의 모습을 가슴 아프게 마주했었다. 늘 겪는 태풍이지만 최근 코로나라는 전세계적 팬데믹으로 인해 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살면서, 이제는 우리 앞에 마주하는 모든 게 심상치 않다.

힌남노와 같은 역대급 태풍은 자연재해의 프롤로그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대류구름이 모아져 거대한 저기압으로 발전한 것이라고 한다.

태풍의 원천은 열에너지로, 온도가 상승하면 태풍의 위력 또한 강력해진다. 해마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의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지난 6월부터 내린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수재민이 3천만명이 발생했다고 하고, 알래스카는 한 달째 비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 알래스카는 지난 겨울에도 온도가 20도 가까이 올라가 고온다습하여, 머지않아 ‘알래스카에서 냉장고를 팔겠다’는 농담이 현실이 될 날이 곧 올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앞으로 먹는 물도 파는 세상이 올 거라’는 말이 현실이 된 지 한참이 지난 것처럼 말이다.

지구촌에 태풍을 비롯해 가뭄, 산불, 폭염, 홍수 등 기후위기로 재앙을 겪는 곳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모든 나라들이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도, 예측하지 못한 자연재해와 제어하기 힘겨운 바이러스로 인한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곧 닥쳐올 미래의 재앙이 명약관화(明若觀火)한데, 우리 인류는 속수무책(束手無策)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환경을 생각해 일회용품 사용을 안하기 운동이 한참일 때,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닥쳐 바이러스감염을 우려해, 집집마다 음식을 배달해서 먹고, 포장해서 집에 가져가 먹다보니, 다시 플라스틱 일회용품 사용이 일반화되었다. 위기가 위기를 낳고 우리는 발등의 불 끄기에도 바빠 지속가능한 내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는 현실에 처해 있다.

민족의 명절 추석을 불과 며칠 앞두고, 태풍 피해로 망연자실(茫然自失)한 사람들을 보면서, 우리 자식들이 살아갈 미래를 생각해본다. 올해에는 그동안 코로나 때문에 함께 하지 못했던 가족들을 만나 안부도 나누고, 차례도 지내고, 보름달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고 기대했는데...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 맞이하는 추석에는 기후위기와 자연재해, 바이러스로부터 지구와 나 자신을 포함한 인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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