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대중가요에 ‘세상은 요지경, 요지경 속이다’라고 하고 있다. 세상은 요지경 속처럼 알쏭달쏭하고 묘하다. 세상을 요지경으로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가 인간사에서 볼 수 있는 속임수이다. 혹자는 속임수를 인간의 본성으로 논의하기도 한다.

식물 생태계에서는 각자 자신들이 생존하고 번성하기 위해서 다양한 속임수를 사용한다. 뻐꾸기가 산란 시기가 되면 다른 새의 둥지로 가서 그곳의 알을 떨어뜨리거나 먹어치우고 자신의 알을 둥지에 남기고 떠난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아귀찜의 재료가 되는 아귀는 머리 앞에 야광 물질이 있는 돌기로 다른 물고기를 유인해서 잡아먹는다. 동식물계에서는 이러한 속임수를 극복하기 위해 또 다른 속임수를 만든다. 일종의 속임수 진화이다.

인간사에서도 속임수는 오랜 세월 인간의 중요한 생존과 삶의 수단이 되어 왔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 하는 싸움인 전쟁을 손자병법은 속임수라고 하고 있다. 삼국지를 보면 정공법으로 싸우기보다는 매복, 기습과 같은 속임수가 더 일반적이다.

지금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전세 사기가 판을 치고 있다. 깡통 전세 500채를 매도한 뒤에 잠적한 사람을 필두로 정부는 전세 사기 의심이 되는 거래가 1만4천건 이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재산 범죄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사기범죄이다. 이외에 대부분 범죄자가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서 속임수를 쓰고 있다.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해서 새로운 법을 만들지만 새로운 법은 새로운 속임수를 낳는다. 종종 변호사나 회계사 등과 같은 전문가들이 합법적 속임수로 속임수를 감추기도 한다. 이처럼 개인의 생존과 힘을 위해서 인간은 속임수를 쓰고 그것은 인간과 함께 진화되고 있다.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다양한 속임수를 쓰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것이 지킬 수 없는 공약으로 표를 얻는 전략이다. 최근 우리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이재명 구하기 당헌 개정이나 이준석 쳐내기 당헌 개정은 뻔뻔한 속임수에 속한다. 역사는 속임수 정치가 판치고, 군주를 속이는 자가 많으면 그 정권이 무너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 속임수의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진실을 숨기는 것이다. 다음이 거짓된 것을 보여주는 방법이 사용된다.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은 진실이 밝혀져도 변명을 하고 법의 심판을 받아도 억울하다고 한다.

그러나 건전한 사회는 인간의 본성에 의해서 속임수를 쓰더라도 일정한 정도가 있어야 한다. 혹자는 ‘나에게 물건값을 속이더라도 품질은 속이지 마라!’하고 있다. 깡통 전세 사기를 하더라도 20~30대의 피 같은 전세금을 가지고 사기 쳐서는 안 된다.

조삼모사(朝三暮四)로 국민을 속이더라도 나라를 팔아먹어서는 안 된다. 속임수가 밝혀지면 그것을 인정할 줄 아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 사회에 속임수가 없어지지는 않더라도 많아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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