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집중해야 합니다. 어스름한 조명 아래 누구의 방해도 없는 나 혼자만의 공간이 아닙니까. 아랫배에 힘을 주어야 하는데 얼굴이 터질 듯 모든 혈관이 머리 위로 솟구칩니다. 조금 더, 조금 더…. 성공을 위해선 숨도 참아야 합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을 한순간에 깨트리는 전화벨 소리. 이젠 다 틀렸습니다. 누굴까 궁금한 마음에 주섬주섬 대충 정리하고 휴대전화를 엽니다. 070-xxxx-xxxx입니다. 허탈하다 못해 약이 오를 지경입니다.

070, 02, 051…. 이런 광고성 전화는 월요일 아침이면 더욱 기승을 부립니다. 한 주를 비장하게 시작하는 그들 일터의 모습을 상상하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건만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처지이고 보면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건 아예 공해입니다. 통신공해.

공해는 이뿐이 아닙니다. 저도 남들처럼 친구가 많습니다. 아니, 어쩌면 적은 편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일이 손가락을 접어가며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친구는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고 내가 말을 잘못해도 바르게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요즘 친구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그래 나도 시류에 편승해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친구 맺기도 하고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바다 건너에도 친구가 있습니다.

생각이 같거나 같은 일을 하는 사람끼리 묶어서 편의상 따로 방을 만들어 우리만 공유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 방이라고 모든 것을 공유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같은 방 친구들을 너무 임의롭게 여기거나 아니면 표정이 안 보여 그런지 종종 다른 사람의 눈치는 전혀 생각지 않는 친구가 있습니다. 막 잠이 들려는 순간에 톡톡 불러내거나 이른 아침 단잠을 깨우는 친구 말입니다. 제발 좀 말려주세요. 요즘은 아침형, 저녁형 생활 패턴도 다양한 것을, 내가 늦게 잠든다고 다른 사람도 그럴 거라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더구나 규모가 제법 큰 방에서 시시콜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을, 둘이서만 해도 되는 이야기를 여러 사람과 공유할 필요는 없는데, 아마 둘만의 방인 줄 착각하나 봅니다.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알림 소리를 제한해도 빨갛게 남아있는 읽지 않은 숫자를 외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대충 보다가 정작 읽어야 할 중요한 내용을 놓치는 때도 있답니다. 

상대방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를 마구마구 올려서 공유하는 친구는 아예 고발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새로운 정보나 좋은 글귀, 사진을 갖고 있으면 여러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 그렇다고 세상 사람의 관심이 모두 나와 같지는 않다는 걸 조금만 생각해주면 안 될까요? 일일이 들여다볼 겨를이 없는 사람에게는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랍니다. 제가 너무 까칠했나요? 저도 방금 찍은 꽃사진을 누구에게라도 자랑하고 싶은데 많이 참고 있답니다. 좋아할 친구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도 분명 있을 테니까요. 여러 사람이 함께 쓰는 단체 이야기방을 자신의 놀이터로 착각하는 제 친구 좀 말려주세요.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