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때와 비교하여 3개월 만에 반 토막이 되어 20% 후반의 긍정적 평가가 1개월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집권당은 지지율 하락에 핵심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지지율 하락은 정부에 대한 신뢰의 위기를 가져오고,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게 한다.

종종 여론은 잘못되고 매스컴에 의해서 조작된 것이며 한순간에 변할 수 있는 것으로 무가치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여론의 의견, 비난, 오해로 자신의 정치 철학을 바꾸는 사람은 공직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분명 집단화된 여론은 이성보다는 감성에 지배받기 쉽고, 주장이 과격화되거나 법규나 도덕을 무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여론을 군중심리로 보는 사람들은 플라톤의 철인정치가 올바른 통치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반면에 민심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맹자의 이야기와 같이 알쿠인도 백성의 소리는 신의 목소리라고 하고 있다. 비록 말대로 실천하는지는 몰라도 나폴레옹도 “여론을 따르면 모든 일이 쉽다. 여론은 세상의 지배자다”라고 하고 있다.

1907년 영국에서 800여명의 일반 사람들을 모아 놓고 소 한마리의 무게를 맞히는 행사를 열었다. 이는 가장 근접하게 무게를 맞춘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행사였다. 이 소문을 듣고 찰스 다윈과 친척 관계이며 우생학의 창시자인 골턴(Francis Galton)은 대중의 어리석음을 증명할 기회라고 생각하여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적어낸 무게의 평균을 구해 보았다. 그 결과는 1천197파운드 였고, 실제 소의 무게는 1천198파운드로 거의 오차가 없었다고 한다. 이를 보고 골턴은 시민 개개인은 어리석을지 모르지만, 이들이 모이면 매우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다면서 여론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주의도 생각한 것보다 신뢰할만하고 했다고 한다.

오늘날 SNS나 인터넷은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집단지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의 변화는 여론 조작을 용이하게 하고, 여론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과거와 다른 대중의 인식과 판단을 형성하는 힘 또한 가지고 있다. 그것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휴가를 끝내 다음 출근길에 “초심 지키며, 국민 뜻 받들겠다”고 하여 여론을 주시하겠다는 생각을 보여주었지만, 박순애 교육부총리의 자진 사퇴 이후 국민들이 바라는 가시적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높아지면 일반 시민들은 불안하다. 그 원인이 시민들이 싫어하지만 올바른 정책에 의한 부정적 여론이라면 덜 걱정스럽다. 그러나 정책이 아닌 지금과 같이 인사나 소수 권력집단 및 집권당의 혼란과 연계된 것이 원인인 경우에는 자기 성찰과 근본적인 인적 쇄신이 없이는 국민들의 여론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인심은 물과 같아서 막을수록 터지고 터지면 거침없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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