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노인들이 기억을하지못하고, 이상한짓을하는것들두고, 옛날에는 <망령났다>거나, <노망들었다.>고했습니다. 요즘은이걸병으로여기는데, 옛날에도병으로여겼지만, 나이들면저절로나타나는현상으로여겼습니다. 그래서 시골에서노인들이 이상한행동을하기시작하면, <망령났다, 노망들었다.>고하고, 주의깊게살펴봅니다. 요즘은복잡한도시생활을하다보니, 아예사람을잃어버리기때문에 큰문제이지만, 옛날시골에는 가는곳이뻔해서, 사람을잃어버릴일이 없었습니다.

이렇게‘망령났다'고 소문이나면, 온동네사람들이 이를알아듣고서, 그노인의이상한행동에 대응하는일에도, 사람들모두가 저절로협조하게되었습니다. 그렇게벽에다가똥칠을하다가, 힘든삶을마감하죠. 망령(妄靈)이란, <[명사] 늙거나 정신이 흐려서 말이나 행동이 정상을 벗어남. 또는 그런 상태.>를말합니다. 우리주변에서 어른들이벽에똥칠하거나 밥을방금먹고 또달라고한다는 사람들의걱정을 아주많이들으며자랐고 또그런말을들으면, 그러려니했습니다.

그런데1980년대쯤되던어느날, 방송에서갑자기<치매>라는말이 나타났습니다. 이<치매>는노망난것을가리키는 의학용어입니다. 사전에그렇게나옵니다.

치매 [명사] [의학] 대뇌 신경 세포의 손상 따위로 말미암아 지능, 의지, 기억 따위가 지속적ㆍ본질적으로 상실되는 병. 주로 노인에게 나타난다.

그러더니망령또는노망이란말이 슬그머니사라졌습니다. 의학용어가 일상용어를대체해버린것입니다. 게다가더심각한것은, 망령이나노망이라고하면 욕하는것으로 받아들인다는것입니다. 망령은 정신이오락가락하는 노인들의행동특성을가리키는 옛날부터전해오던 우리말입니다. 의학용어가올바르고 일상용어가이상한게아닙니다. 그런데방송에서는 의학용어를앞세워 일상용어에문제가있다는듯이 씀씀이를회피해버립니다. 이렇게되자 강남의고상한분들께서 이런문화에동조하고 뒤이어백성들까지도 여기에동조하여 지금은수백년간써온 <망령, 노망>이라는말이 아예사라졌습니다.

망령든노인을 ‘망령났다.'고말하는게 왜이상한일이란말인지 저는오히려그것이이상합니다. 망령이란말은 그런사람을 욕하려고하는말이아니라 그런상태에있는사람을 가리키는말입니다. 거기에다가의학용어를들이대어 시비분별을일으키고 쓰지못하게몰아내는것은 그말을수백년간써온, 제조상들을욕보이는일입니다. 국어학자들이 어째서이것을모르는지 저는그게오히려더이상합니다.

그러더니요즘방송에서는, 이<치매>라는용어가 안좋은말이라며 다른말로바꾸자고설쳐댑니다. 이제방송에서 먼저말을뜯어고치고는 그것을특수분야와일상생활에 강요하는형국입니다. 정말꼴갑들을하고있습니다. 자기네들이잘쓰던용어를버리고 새로운용어를만들어쓰자고 아우성입니다.이제몇년에한번씩 치매를대신할용어를만드느라 바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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