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주민숙원사업비 투명·공정하게 집행”


집행부 “예산 반영 압박감…예산 편성권 침해”

 

[충청매일 이대익 기자] 충북 청주시의회가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한 사업카드 제도를 도입하면서 집행부와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의 제도적 개선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예산 편성권 침해를 우려한 집행부와는 극명한 온도차를 드러내고 있다.

일부 시의원들 사이에서는 10년 전 폐지된 지방의원 재량사업비의 부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청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이달 청주시의 2회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앞두고 읍·면·동별로 지역구 민원 해결을 위한 사업카드(예산 요구서)가 작성됐다.

시의원과 읍·면·동장이 민원·불편사항을 일괄적으로 발굴해 사업카드를 만든 뒤 집행부 예산부서나 사업부서에 제출하는 방식이다.

개별 사업으로 예산이 편성되던 소규모 주민숙원사업비와 달리 시의원의 적극적인 민원 발굴에 따른 읍·면·동별 고른 예산 편성에 목적을 둔다.

2014년 재량사업비(포괄사업비) 폐지 후 구청에 편성된 예비 사업비를 따내기 위해 별도의 발품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도 있다.

시의원 입김을 막고자 클린카드의 최종 작성권자는 기존과 같이 읍·면·동장에게 부여한다는 게 시의회 설명이다.

청주시의회 관계자는 “읍·면·동별 예산 요구서에 시의원 이름이 들어가지 않아 집행부에서는 어느 시의원이 건의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며 “집행부 사업부서와 예산부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도 시의원이 사업을 선택해서 집행하던 재량사업비와도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숙원사업비와 구청 예비사업비를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하자는 의미에서 ‘클린카드’라는 명칭을 붙였다”며 “궁극적인 목표는 적극적인 민원 해결”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집행부인 청주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예산 편성권은 자치단체장 고유의 권한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존 소규모 주민숙원사업에 비해 읍·면·동별 예산 요구가 지나치게 늘어날 수 있는 데다 예산 미편성에 따른 불이익도 우려하는 부분이다. 전체 예산에 대한 심의·의결권과 집행부 행정사무감사 권한이 의회에 있기 때문이다.

당초 읍·면·동별 사업카드를 시의회 차원에서 취합해 집행부에 배부하는 방안까지 검토됐으나 청주시 반대에 따라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굳이 시의원 건의에 의한 사업카드가 아니더라도 기존과 같은 예산 편성 절차를 밟으면 된다”며 “예산 반영에 대한 압박감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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