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희 다다예술학교 교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화제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우영우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고있는 성인 자폐인으로, 대인관계 형성 능력 등 사회적 기술이 부족하고 신체 협응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장애인이 드라마나 영화의 전면에 나서는 이야기는 그리 낯설지 않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영희’ 역할을 실제 해당 장애가 있는 장애인 작가 정은혜님이 연기해 화제가 되었다. 예전까지만 해도 장애인은 불우한 존재, 차별받는 존재, 더 심하게는 열등한 존재로 묘사되던 것이 현실이었지만, 근래에 비춰지는 장애인 서사는 비장애인과 동등한 존재,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묘사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우영우의 존재는 더욱 모호하다. 장애인이지만 그 장애 정도에 따라 증상 및 강도가 다양한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갖기 때문에 모호하고, 특히 그녀가 자폐스펙트럼 장애 중에서도 아스퍼거증후군에 속하면서도 서번트 증후군으로 불리는 특수한 경우에 해당돼서 더욱 그러하다. 장애인 서사가 빈번하게 그렇듯이, 이 드라마에서 우영우의 경우는 우영우 개인에 대한 차별과 갈등으로부터 시작된다. 우영우는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변호사 시험을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한 인재이지만 그녀는 장애를 이유로 취업하지 못한 취업 준비생으로 나온다. 그러나 우영우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대형 로펌인 한바다 법무법인에 계약직으로 취업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만의 통찰력과 순발력으로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것이 드라마 서사의 큰 줄기다.

우영우는 극 중 다양한 장치를 통해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특성을 보여주거나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는 그 명칭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단일한 증상으로 진단되지 않는다. 자폐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그 정도에 따라 자폐증, 고기능자폐, 아스퍼거 증후군, 서번트 증후군 등으로 불린다. 어떤 사람은 우영우와 같이 노력을 통해 자폐증의 일부를 극복하고 사회생활을 할 수 있지만, 중증의 자폐증을 보이는 사람은 드라마 속 ‘정훈’처럼 일상적 소통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

우영우가 노력을 통해 자폐증의 일부를 극복하고 있는 내용이 작품 속에 구체적으로 묘사되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1화에서는 우영우가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아버지의 다양한 표정이 기록된 사진을 보고 자신이 표현할 감정을 따라하는 모습이 나온다. 자폐인의 경우, 자신의 감정 표현과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묘사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또 아버지와 손잡기를 연습한 대목이 나오면서 그 최장 기록을 재보았다는 언급이 나온다. 타인과의 접촉 역시 일부 자폐인에게는 어려운 동작 중 하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버지와의 손잡기 테스트를 해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자폐증은 여러 임상적인 치료와 주변인, 그리고 자신의 노력을 통해 어느 정도 개선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은 우영우와 같은 천재 자폐인의 존재가 판타지라고 선언하기도 하고, 자폐인에 대한 오해를 키울 수 있다며, 보다 진정성 있는 장애인 서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영우와 같은 서번트 증후군을 갖는 자폐인의 사례는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예술 분야에서도 우영우와 같은 천재성을 발휘한 자폐인의 사례가 있다. 다다예술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근무하는 오유진 선생님의 이야기다. 오유진 선생님은 중증 자폐증을 진단받았지만 한 부분은 영재성을 나타내는 국내의 유일한 교사 사례일지도 모른다.

그가 근무하는 다다예술학교는 우영우와 같은 고기능 자폐스펙트럼 장애 또는 아스퍼거증후군의 아이들에게 통합교육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대안학교다. 국내 인가받은 대안학교 중 자폐인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통합학교는 다다예술학교가 유일하다.

‘우영우와 같은 자폐인이 있을까?’에 대한 답은 YES다. 우영우는 우리 주변에 있다. 그러나 그들이 우영우처럼 차별 없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편견과 선입견을 먼저 깨트린 뒤의 일이 될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