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우리는 여행을 통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과 문화와 풍속을 만나게 된다. 여행을 통하여 또 다른 나, 미처 몰랐던 나의 모습도 발견하게 된다. 뉴질랜드 관문인 ‘오클랜드’시의 한적한 공원 모퉁이에 1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소녀 몇 명이 바이올린 연주하고 있었다. 꽃바구니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는 여학생의 앙증맞은 글씨로 ‘연주를 소개하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이번 방학기간 중 외국으로 연주하러 가는데 항공료를 우리가 마련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성금으로 외국연주를 마치면 어른이 되어 이 사회를 위해 공헌하겠습니다.’란 내용이었다. 이곳 학교에선 도시락을 각자 지참한다. 그런데 그 도시락을 부모가 싸 주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준비한다. 도시락을 먹으면서 반찬 조리법에 대해서도 재미있게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얼마 전 통폐합 중학교에서 일어난 사례다. 통폐합하면 국가로부터 수백억의 엄청난 재정이 지원된다. 학교장은 예산이 너무 많아서 어떻게 집행할까 고민이란다. 3학년이 되면 북유럽으로 수학여행을 가는데 경비를 학교에서 부담한다고 한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못 가게 되었다. 학생들은 얼마나 실망했을까? 그러자 학부모들은 그 경비를 다른 명목으로라도 달라고 항의함으로써 학교당국이 곤혹스러웠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현실에 대해 반성해 보자. 단적으로 말하자면, ‘교육시설 및 교육복지’에서는 가히 ‘세계 제일’이다. ‘무료급식’?!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도 언감생심 꿈에도 생각 못한다. 우리같이 교육복지가 잘된 나라를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그렇게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우리 젊은이를 보자! ‘삼포(三抛)시대’라는 부끄러운 신조어가 생겨났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포기함으로써 인구절벽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과 패기는 그들의 미덕이요 자부심이며 특권이다. 이것이 없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라, 입맛에 맞는 일자리가 문제다. 노동의 신성함과 올바른 직업관이 아쉽다. 이 문제는 교육에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박순애 교육부장관이 35일만에 중도하차했다는 뉴스가 우리를 안타깝게 한다. 제도를 뜯어 고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은 ‘근본’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항공료를 마련하기 위해 공원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뉴질랜드 학생들의 ‘자력갱생(自力更生) 의지’를 우리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다. 이것이 바로 교육의 근본을 바로 세우는 것 아닐까?

우리 인간에게는 세 가지 고귀한 액체가 있다. ‘피와 땀과 눈물’이 그것이다. 피는 용기를, 땀은 노력을, 눈물은 정성을 상징한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무심코 먹는 식탁에서도 농부들의 땀방울과 무수한 사람들의 사랑과 정성이 담겨져 있음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어른들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넘겨줘야 할 것인가?

피와 땀과 눈물을 통하여 자력갱생(自力更生) 의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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