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결국 자진사퇴 했다. 국민적 공감대나 공론화 과정 없이 독단적으로 발표한 ‘만 5세 초등입학’ 정책이 가져온 논란 때문이다. 당연히 이 정책도 폐기 수순을 밟지 않을까 싶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모든 정책은 우선순위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국민은 영문도 모른 채 정책이 먼저 발표돼 접해야 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특히 만 5세 조기 입학은 유아 성장 시기에 어린이를 학업 전선으로 일찍 내몰겠다는 발상이다.

참교육을 위해서는 오히려 입학 연령을 높여야 할 판에 2년이나 앞당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학부모와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반대가 극심해지자 교육부장관의 자진 사퇴로 매듭지어질 모양새다.

충북도청에 ‘차 없는 도청’을 만들겠다는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발상도 비슷한 사례다. 충북도는 지난 8일부터 도청을 문화·관광·휴식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실험에 착수했다.

오는 12일까지 도청 주차장 대부분이 폐쇄된다. 주차면 377면 중 민원인과 장애인 등을 위해 106면만 운영한다. 도청을 도심의 문화 공간으로 바꿔 도민이 즐기며 쉴 수 있게 만들겠다는 신임 도지사의 구상에 따른 것이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는 김 지사는 청주시에서 살지 않았고 선거로 인해 일시적으로 전입한 사람이다. 청주 도심의 교통체계와 시민들의 의식을 잘 알지 못한다. 진심으로 차 없는 도청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순서가 바뀌었다.

우선 그동안 주차됐던 자동차를 어딘가에 주차할 수 있는 대체 장소를 먼저 구축한 후에 실행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과 함께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단 차 없는 도청을 먼저 만들고 도청 주변 시민의 불편은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발상은 독선이며 아집이다.

전형적인 단체장의 생색내기 정책에 불과하다. 공론화 없는 전형적인 졸속 행정의 표본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한 시민의 불편과 예산 낭비는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다.

실험 시행 첫날인 8일 도청 주차장은 한산했다. 도지사의 입김이 무서운 직원들의 민첩한 행동 결과다. 하지만 도청 인근 주택가는 주차 대란을 겪어야 했다. 눈 가리고 아웅한 격이다. 주민 불편을 초래하면서 정작 주민 의견은 묵살한 정책이 누구를 위한 도정 운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차 없는 주차장에 대해 논의하면서 지하 주차장, 인근에 주차타워 설치 등을 대안으로 내세웠다. 여기에 도민의 혈세가 얼마나 쓰일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차라리 시 외곽으로 도청을 옮기는 것이 예산을 줄이게 될 것이다.

주차장법 위반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주차난 해소와 관련한 법적 검토도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졸속 행정으로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행정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차 없는 충북도청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촘촘한 사전 계획과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 뭔가 외형적으로 해낸 것 같은 생색을 위해 애꿎은 시민에게 피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

신임 도지사는 도청에 차 없는 주차장보다 더 절실하거나 불요불급한 정책은 무엇인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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