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당국 ‘정책 폐기 가능성’ 언급에도 신뢰성 의문 제기
학부모들 “의견수렴 없는 정책…사교육 증가 등 우려 많아”

[충청매일 최재훈 기자]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는 정책을 두고 반발 여론이 커지자 정책 폐기 가능성까지 언급됐지만 교육당국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신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3일 교육계에 따르면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가책임교육 강화를 위한 학부모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들이 ‘취학 연령 하향을 원점에서 논의할 생각이 있느냐’고 묻자 “국민들이 만약에 정말 이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폐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정책은 수정되고 변경되고 전환될 수 있다. 이달 혹은 내달 설문조사를 진행할 거고, 정부가 할 일은 정책이 가진 본질에 대한 정부를 국민께 공유하는 것”이라면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박 부총리가 지난달 29일 ‘만 5세 초등입학 추진’ 정책을 발표한 이후 여론은 들끓었다.

42개 교육·보육계 단체는 ‘만 5세 초등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구성해 연일 정책 철회 집회를 개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만 5세 초등 입학 계획의 즉각 철회를 요구하는 범국민서명은 전날 오후 기준 약 20만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에 학제 개편안의 철회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한발 물러선 모습이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 교육 당국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는 불만이 높다.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는 등 제대로 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교육 정책을 발표했다는 비판이다.

만 3세 아이를 둔 A(35)씨는 “당장 보호자가 없으면 10분도 불안한 아이를 불과 2년 뒤에 초등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걱정이 크다”며 “정부가 무슨 생각으로 아이들의 교육 정책을 이렇게 독단적으로 시행하려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 B씨는 “만 5세가 정규수업 40분을 하는 자체가 불가능하고 방과 후 돌봄 운영도 직접 보면 엄청 부실한 상태인데 만 5세를 맡기기는 힘들다고 본다”며 “요즘 시대에 상향식으로 의견을 받아도 모자랄 판에 하향식으로 의사결정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이른 입학은 사교육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아 경제적 부담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C(36)씨는 “벌써부터 주위에서 영어 유치원 등 조기교육을 알아보는 학부모들이 많이 보인다”며 “조기 사교육을 1년 앞당겨 경제적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일하는 학부모들은 갑자기 1년 빨리 휴직하거나 퇴사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날 박 부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감들과 가진 영상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사회적 논의의 시작 단계였으며 앞으로 시도교육감들과 긴밀히 협의하고 지속적인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면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취학연령 하향 관련 추진 방향을 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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