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옛날이나 지금이나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사람을 뽑는 것은 항상 중요한 주제이고 논쟁거리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라를 새롭게 세우기 위한 혁신안으로 성호(星湖) 이익(李瀷)이 성호잡저를 썼다.

그 첫번째 글로 공거사의(貢擧私議)라는 과거제도의 개혁을, 두번째 글로 선거사의(選擧私議)는 추천에 의한 인사제도를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과거제도는 오늘날의 객관식 시험과 비슷한 사육체(四六體) 형식으로 칠서(七書)을 단순히 외워서 답을 쓸 수 있는 시험으로는 소위 공문서 하나 작성하지 못하는 관리를 뽑게 되어 대의(大意)를 중심으로 한 주관식 시험으로 전환을 주장하고 있다. 다음으로 오늘날 정무직이나 별정직을 임용하는 천거제도의 개혁에 대하여 선거사의(選擧私議)에서는 천자가 사람을 못 알아보면 천자를 잃고 제후가 사람을 못 알아보면 사직을 보전하지 못한다면서 추천제도의 개선을 제시하고 있다. 성호는 추천에서 어진 사람을 천거한 자는 후한 상을 주고, 어진 사람을 가로막은 자는 엄한 벌을 받음은 옛부터 내려오는 법이라면서 추천 방법의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다.

추천을 위해 오늘날 인사혁신처가 가지고 있는 국가인재 DB와 같은 문적(文籍·장부)을 구축하여 이들 중에서 추천하고, 임용된 자에 대하여는 3년마다 평가를 하여 녹봉을 결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금 인사와 관련하여 경찰대 졸업생의 고위직 인사에서 특혜를 받고 있다는 형평성의 논란으로 경찰 인사제도 및 경찰대의 개혁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사회의 변화로 공직 취임의 형평성을 침해하고 있는 경찰대 졸업자의 공무원 임용은 재고하는 것이 당연하다.

취임한 지 반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곤두박질하는 데는 장관 임명과 청와대 직원에 대한 사적 채용이 그 중심에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법무부 장관 직속의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하는 등의 개혁을 추구하고 있지만, 오히려 인사문제는 더욱 커지고 정권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순을 대통령과 담당자들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성호는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첫째로 올바른 사람을 구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올바른 장관을 임명하여야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스타 장관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올라야 국민은 정권과 정부를 신뢰하고, 불안감을 줄이게 된다. 과거와 달리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정무직이나 공공기관의 장과 임용권자에게 임용 권한이 있는 별정직 등을 임용할 때 사적 권한으로 임용해서는 안 된다. 성호 이익이 400여 년 전에 이야기하였듯이 청와대 말단 행정직원을 임명하는 것까지 공적 제도로 체계화하고, 그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사로 인한 정권과 정부의 신뢰 위기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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