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이명박이<주식회사다스>의실소유주이고, 비자금조성을통해 회삿돈을횡령했다는 대법원판결이 며칠전에나왔습니다. 이런건 법이규정한내용을 위반하여저지른죄이지만, 언어를가지고장난친죄는 이보다더한데 그에대해서는 아무도 말을하지않습니다. 도대체한글학자들은 뭐하는놈들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전에는 <당선자>라고하다가 뜬금없이이명박이 대통령에당선되면서 그를가리키는말이 <당선인>으로바뀌었습니다. 처음엔이상했는데 언론에서하도떠들어제끼니 이제는그게틀렸다는감각마저 사라진듯합니다. 트럼프를밀어내고 미국대통령으로당선된 바이든에대해서도 대통령당선인이라는 이상한표현을쓰니 말입니다. 이런말을처음써서 언어의의미를바꿔놓은놈이 나쁜놈입니다. 그런점에서이명박은 다스때문에생긴죄보다 언어의뜻을망가뜨린죄가 훨씬더큽니다.

<당선인>과 <당선자>의 차이는, <인>과<자>의차이입니다. <인(人)>이나<자(者)>는 한자문화권에서 오랜내력이있는글자이고, 써야할곳과 써서는안될곳을 분명하게구별하여 써야하는말입니다. 그말에는 계층과계급의식이 서려있기때문입니다. 이게무슨소리냐?

주나라의제도가무너지면서 춘추전국시대가개막되는데, 이때보통사람들을 인민(人民)이라고부릅니다. 민(民)은통지자에게다스림을받는존재입니다. 백성과같은뜻이죠. 백성은성을가진사람을말합니다. 통치자가내려준성을받아, 주인에게충성을약속한사람을 말합니다. 그러면 인(人)은무엇일까요? 민(民)과임금사이에서, 백성을다스리는중간계급을 말합니다. 이미지배자의반열에든사람입니다. 이내용은 벌써기세춘선생이 『동양고전산책』(바이북스출판사)에서 아주자세하게설명해놓은 것입니다.

그러니이명박을<당선인>이라고해놓으면, 이명박이이미백성을다스리는위치에있는 중간계층인사람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옛사람들이 왜<당선인>이라고하지않고 <당선자>라고했는지 그이유가또렷해지지않나요? 그렇습니다. 대통령선거에서뽑힌사람은 아직아무런직책도갖지못한 평범한사람입니다. 이제곧 대통령이라는직책을받을 사람이죠. 아무것도 아무런꾸밈도 갖지않은자연인, 그것을가리키는말 이바로<자(者)>입니다. 그래서 당선자라고한것입니다.

예컨대, 욕을하는데 <나쁜분>이라고하면, 그게욕이될까요? 아마도욕이겠지만 듣는사람은욕이라고느끼지않을 것입니다. 그러면<나쁜사람>이라고하면 어떨까요? <나쁜분>보다는욕에더가깝겠지만 이것도어쩐지 욕이라고느껴지지않습니다. 그러면<나쁜놈>이라고하면 어떨까요? 이제야비로소제법 욕에어울리는느낌이 날겁니다.

왜이럴까요? 이유가다있습니다. 말에는그말을쓴사람들의 계층의식과계급의식이스며있기 때문입니다. <분>은상대를높이는말입니다. <놈>은그런거없이 그냥쓰이는평범한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쁜>이라는말이 앞에얹힐때 즉욕으로쓰일때 <분>보다<놈>이 더잘어울리는것입니다.

그러면 <사람>은어떨까요? <사람(人)>또한<분>처럼 앞서살펴보았듯이 춘추전국시대의계급중에서도 꽤높은지위를가리키는 말이었기때문에 우리가무의식중에<놈>보다는 <분>쪽으로가깝게여겨서, ‘욕으로는적당하지않다.'는 생각이드는것입니다. 이<놈>이바로한자로<자(者)>입니다. 욕할때는 <분(貴人)>이나<사람(人)>이아니라, <놈(者)>이가장적절합니다. 선거에서뽑힌사람은 이미계급이나지위를차자한 <분>이나<사람>이아니라 평범한우리네이웃같은 <놈>입니다. <당선인>이아니라 <당선자>입니다.

우리가일상에서쓰는말들은 조심히다루어야합니다. 대충쓰는거같아도 그내력을캐면 아주중요한실마리가있습니다. 그런거다무시하고 제멋대로말을만들어쓰는이세태를 도대체누구와얘기해야한다는말입니까? 세종대왕의무덤을열어서 일어나시라하고 뼈만남은그분의손을맞잡고 한바탕울기라도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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