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5월 30일 이후 휴업 중이다. 고물가·고유가·고금리로 국민은 피폐해져 가고 있는데 민생을 살펴야 할 국회는 하릴없이 공전하면서 국가 위기만 가중시키고 있다. 여야의 권력 쟁탈에 서민들의 고통만 늘어가고 있다.

21대 후반기 국회 원(院) 구성 협상이 제자리걸음이다. 후반기가 시작된 지 50일이 다 돼 가도록 아무 성과 없이 흘려보낸 여야는 지난 4일 가까스로 국회의장단 선출까지 마무리했으나 이후 협상은 또다시 교착상태에 빠졌다.

13일 권성동 국민의힘,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에 이어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원 구성 논의를 했다. 여야는 가급적 이번 주 내에, 늦어도 오는 17일 제헌절까지 원 구성을 마무리 짓기로 원칙적 합의를 했지만 실행에 옮겨질지는 의문이다.

원 구성과 맞물린 여러 쟁점에서 여야의 입장차가 워낙 뚜렷해 조속한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정수 문제를 놓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은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국민의힘 5, 민주당 5 동수로 구성하자고 제안한 반면에 민주당은 국민의힘 6, 민주당 6, 비교섭단체 1명으로 하고 위원장 역시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개특위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의 후속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에 따르면 국회는 검찰 수사권의 단계적 축소를 위한 실무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사개특위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사개특위가 궁극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립이다. 중수청은 현재 검찰이 가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수사권을 모두 가져가게 될 경찰의 권력을 견제할 기관으로 꼽힌다. 검찰은 오는 9월부터 부패·경제 등 2대 범죄에 한해서만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중수청이 설치되고 나면 검찰은 2대 범죄까지 모두 수사할 수 없다. 여야가 사개특위를 놓고 격렬하게 부딪히는 이유다.

주요 상임위원회의 위원장 배분 문제도 걸림돌이다.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한 최근 정치적 쟁점 현안이 산적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와 국방위, 행안위, 정무위 등의 상임위원장을 서로 가져가겠다며 대립하고 있다.

오랜 국회 공백에 각종 민생법안 등의 처리가 늦어지면서 서민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유류세와 법인세 인하 법안, 근로기준법 개정안, 부동산 세제 및 임대차 정비 법안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안건들이 국회가 열리지 않아 쌓여 있다. 현재 1만건이 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고 하니 의원들의 후안무치도 대단하다.

여야는 여전히 ‘네탓 공방’에 각자의 최종 양보안에서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다는 태세를 고수하고 있다. 장기간의 경기침체 속 물가급등으로 서민들은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게다가 코로나19까지 재유행의 문턱에 와 있어 중소상인들을 다시 옥죄고 있다. 제헌절까지도 원 구성 공백 사태가 해소되지 못할 경우 여야 모두 여론의 역풍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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