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바람, 돌, 여자의 삼다도라 불렸던 제주는 최근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이 풀어지면서 제주가 다시 활기를 띄고 있다. 주로 내국인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예전과는 다른 모습의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기 어려우니 비행기 맛을 볼 수 있는 제주도가 그나마 위안인 셈이다.

그런데, 얼마 전 제주 뉴스에서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우산을 들고 다니는 제주’라는 방송을 보게 됐다. 그러고 보니 제주의 농촌에는 유독 주인 없는 개들이 많이 돌아다닌다.

개를 무서워하는 필자의 아내와 둘째 딸은 낮에도 동네 산책은 꿈도 꾸지 못한다. 우산이나 막대기로도 무서움을 극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뉴스에서는 가끔 들개 떼가 가축을 넘어 사람까지 공격했다는 사건이 보도되기도 한다. 도대체 이 들개들은 어디서 왔을까?

요즘 제주를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것이 애완동물 가방이다. 어린 아이가 우는 것 같아 유심히 봤더니 고양이였다. 집에서 키우던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홀로 남겨둘 수 없어 추가 비용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데려온다. 해외여행은 보관소에 맡기지만 제주도는 대부분 함께 데려온다.

문제는 육지로 돌아갈 때 제주에 남겨두고 간다는 것이다. 제주의 농촌 어디에서나 들개를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정도이니 꽤 오래, 적지 않는 개들이 유기됐을 것이다. 고양이는 더 자주 목격된다. 고양이는 애완으로 키웠던 것인지 알기 어렵지만, 개는 품종이나 목줄 흔적으로 쉽게 구분이 된다.

예전에는 주로 아이들의 애완용이었던 개들이 지금은 정서적 유대감을 주고받는 반려동물의 역할을 한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아이가 적은 가정에서 반려동물은 단순한 동물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2022년 펫시장 규모가 3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하는데, 시장의 규모만큼 동물에 대한 배려와 책임이 아쉽다.

개나 고양이 등 동물은 기본적으로 야생에서 적응돼 왔고, 집 밖에서 키우는 것이 동물에게 더 좋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파트 문화이기에 집으로 들어왔다. 태초부터 집에서 키워온 것인 양 신발을 신기고, 옷을 입히고, 모자도 씌운다. 심심할까봐 장남감도 사준다.

자녀의 끈질긴 요청에 애완동물을 사 줬지만, 키우는 것은 부목의 몫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헤어지는 방식은 골칫거리이다.

스스로(?) 죽기 전까지는 방도가 없기에, 결국에는 몰래 유기하는 방법을 택하며, 가장 좋은 장소가 섬 제주도이다. 홀로 다니던 개들이 무리를 이루고, 소나 닭뿐만 아니라 사람까지(주로 어린아이나 노인) 공격한다. 개들 입장에서는 생존의 문제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동물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것은 바람직하며, 자녀들에게도 가르쳐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인간의 입장이 아니라 동물의 입장에서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는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

돈으로 움직이는 펫시장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 귀중한 생명이 달려 있기에 정책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동물로 위로와 즐거움을 받았다면, 그들과의 헤어지는 것도 책임을 질 줄 아는 것이 동물과 다른 인간의 모습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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