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시인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 발간
개인 생활 변화 등 일상적 삶의 의미 되새겨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김은숙(내륙문학회 회장)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고두미/1만원·사진)가 출간됐다.

시인이 5년 만에 발간한 이번 시집은 34년간 몸담아온 교직을 마감한 개인 생활의 변화와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가는 심정적, 신체적 생애적 변화,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대전환의 시기를 건너며 일상적 삶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보고 새긴 시들이 수록돼 있다.

시인의 이전 시집에서처럼 나무와 풀꽃이 바람과 구름과 햇살을 만나고 대지와 호흡하는 식물성의 시는 물론 자연에서 발견하고 깨달은 의미를 새긴 작품도 보인다.

특히 코로나19 등 재난 상황과 위기를 견디고 있는 이웃들의 안부를 걱정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도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겪는 고민과 삶의 지향, 고통의 흔적이 묵직하다.

삶의 입동 근처를 서성이며 노을의 시간을 마주하는 눈빛과 내밀한 언어를 담아내기도 했다. 만남과 이별, 생로병사 등 인간 삶의 보편적 흐름과 순리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이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에는 정북동토성, 이정골 돌장승, 고두미출판사, 꿈꾸는책방, 월리사, 무심천, 미동산수목원 등 청주 곳곳에 머물고 새긴 발길과 정서를 담은 작품을 통해 청주라는 공간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부여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생활문화 공간으로서 청주의 정서와 숨결을 한 편의 시작품에 고스란히 새겨 문학 콘텐츠로 살아나는 지역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강찬모 문학평론가는 ‘징후로서의 통증이 시와 삶에 재분배되는 과정’이라는 시집 해설문에서 “김은숙의 이번 시집은 ‘계절’이 시가 되고 ‘가족’이 시가 되고 세상에 방치된 ‘변두리’가 시가 되어 마침내 삶에 포섭된 모든 생명들의 미세한 떨림까지 시의 ‘안쪽’으로 독백한다. 속으로 아픈 통증은 소리 없이 강하고 물리적 치료가 불가한 난해하고 고약한 거소에 심연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아프다”며 “표제인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는 온축(蘊蓄)된 시간에 대한 종언이 아니라 현재의 자리에서 기왕의 시간을 묻고 천착하는 회고적 현실 환기의 의미를 갖는다. 미끄러진 것처럼 보였던 시간의 흐름을 예리하게 관찰하는 생생한 마음의 ‘행적(行跡)’이다. 그 행로에는 신비를 허락하지 않는 화석화된 적층의 시간 속에 호흡하는 많은 사연이 ‘염장(鹽藏)’되어 있다”고 밝혔다.

오래간만에 시집을 낸 김은숙 시인은 “고스란히 시에 순정을 쏟지 못하고 시 쓰는 마음으로 사람에게 좀더 손길 발길 내기로 한 5년여 기간에 쓴 시들을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묶었다”며 “혼자 길을 걸으며 바람의 숨결과 먼먼 구름과 노을, 그리고 흔들리고 스치는 것들과 뒷모습이 하는 말을 받아 적었으나 함께 부려놓은 마음 스산하여 무늬가 되지 못한 헐거운 새김이 민망하다”고 털어 놓았다.

김은숙 시인은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대학교 국어교육과, 인하대학교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6년 ‘오늘의 문학’으로 작품활동을 시작, ‘아름다운 소멸’, ‘손길’, ‘부끄럼주의보’ 등 5권의 시집과 산문집 ‘갈참나무 숲으로’를 펴냈다. 충북작가회의, 내륙문학회 회원이며, 제13회 내륙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는 상생충북협의회의 7~9월 ‘이달의 도서’로 선정돼 북콘서트 등 도민들과 함께하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오는 9일 청주시 상당구 대성로 ‘다락방의 불빛’에서 오후 7시 작가와의 대화, 8월 4일 청주시 흥덕구 강서동 미디어북카페 ‘다독다독’ 북콘서트, 8월 23일 청주시 상당구 금천동 ‘꿈꾸는 책방’에서의 북콘서트 등이 기다리고 있다. 

 

길가에 팽개쳐진 신발 한 짝 눈에 밟혀

손끝 발끝 따갑게 시려 온다

 

누구인가

이 겨울을 꽁꽁 언 맨발로 건너는 이의 뒷모습이 보이는 듯

차고 무거운 냉기 엄습하고

 

낯선 이의 허기와 냉기가 들어앉아

손끝 발끝 아릿하게 저리는 겨울

가만가만 발등만 쓰다듬는 저녁

                 

 - ‘누군가의 맨발’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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