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순의 기억전쟁2’ 출간…집단 군경 학살·연좌제 피해 사례 등 담겨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20여 년 동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례를 수집하고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온 박만순씨의 네 번째 결실 ‘박만순의 기억전쟁2’(고두미)가 출간됐다.

이번 책에서는 충남 홍성군과 태안군, 아산군, 경산 코발트광산, 인천 월미도, 경기도 김포군과 여주군 등의 민간인 학살 사례를 주로 다루었다. 철저한 답사와 인터뷰를 통해 집단 군경에 의한 학살 사례는 물론 적대세력에 의한 보복학살과 유족들의 연좌제 피해 사례까지 입체적으로 담았다.

‘박만순의 기억전쟁2’에서 두드러진 사례는 ‘부역 혐의자 학살’이다. 북한군이 점령했던 인공 시절에 감투를 썼거나 인민위원회의 심부름을 했던 이들에게 부역 혐의의 굴레를 씌워 학살한 것이다.

UN군 수복 후 군검경합동수사본부가 설치되긴 했으나, 이런 형식적인 절차와 무관하게 지역별로 ‘빨갱이 사냥’이 이루어졌다. 법과 이성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간의 갈등, 마을과 마을간의 갈등, 집안과 집안과의 갈등이 동시에 작용해 이루어진 ‘보복살인’ 형태가 많았다.

노인과 여성, 2~3세 미만의 아이를 학살한 경우도 많았고, 심지어 당사자가 도피하고 없는 경우 가족을 대신 죽이는 대살(代殺)도 횡행했다. 사람을 소 다루듯 코를 꿰어 끌고 가서 총살하거나 불에 태운 시신을 전시하는 등 상상을 초월한 잔학행위가 국가권력의 묵인 하에 자행되었음을 유족의 진술과 증언을 통해 밝히고 있다.

특히 미군의 네이팜탄 폭격으로 죽거나 삶의 터전에서 쫓겨난 후 아직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월미도 원주민의 사례는 국가폭력이 아직도 진행형임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박만순의 기억전쟁’ 시리즈는 72년전 우리 가족과 이웃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했던 전쟁과 인권침해의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한 것이다. 피해자와 유족들의 절절한 사연들이 이 책에 짙게 배어 있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기꺼이 고통을 함께 나누려고 하는 진정성이 희생자들을 그리워하는 유월의 찔레꽃보다 더 향기롭다”고 전했다.

저자 박만순씨는 “부역 혐의자를 처벌하면서 주요한 기제로 작동한 것은 무엇인가? 법도 아니었고, 이성은 더욱 아니었다. 사실 이 사건은 국가와 국민이라는 직접적인 갈등과 마을과 집안 간의 갈등이 동시에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특정한 성씨나 집안이 몰살한 경우가 많다. 대살(代殺)도 횡행했다. 결국 국가와 사회는 범죄를 저지른 이들을 처벌하는 것이 주가 아니라 공포사회를 조성하려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다. 결론적으로 그런 목적은 성공했다”며 “한국전쟁 전후 ‘국가’의 이름으로 자행된 폭력과 인권침해의 상처를 되짚는 것 자체가 고통의 시간이었다. 진정 ‘살 만한 사회’로 가기 위해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고, 시민들이 아픈 역사를 망각하지 않고 기억해줄 것을 바란다”고 말했다.

박만순씨는 20년째 6·25때 학살된 이들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충북 도내 2천 개 마을을 방문해 실태조사 했고, 전국 여러 곳을 다니며 구술을 수집하고 있다. 저서로 ‘기억전쟁’과 ‘골령골의 기억전쟁’, ‘박만순의 기억전쟁’이 있다. 2022년 현재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사단법인 함께사는우리’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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