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눈치코치>라는말이있습니다. 눈치껏가늠해보는것을 가리키는말입니다. 그런데이말은 <눈치>와<코치>의합성어이고, <눈치>는'눈으로잰자의길이'를 뜻합니다. 원래물건의길이를잴때는 자를갖다대고재어야 정확합니다. 그런데그렇게자를대지않고, 눈으로대충가늠한길이를 <눈치>라고 한것입니다.

그러면<코치>는무엇인가요? 이건우리말에서 흔히볼수있는 '말장난'입니다. 말장난은 말재롱이라고도하죠. 특별한뜻이없이 앞뒤가락을맞추거나, 말의울림에재미를주려고 적당하게그러나아무렇게나 갖다붙인 것을 말합니다. 이목구비중에서<눈치>였으니, 그옆의<코>를가져다놓고 뒤에같은말을덧붙인 것입니다. 그렇게하면 노랫가락같은리듬이 느껴집니다. <눈치코치>는그래서 생긴말이죠.

이런특징은 영어같은언어에서는 흔치않습니다. 우리말에서 풍성하게발견되는 현상입니다. 모음조화현상을비롯하여 이런현상이 일어날수있는조건을 우리말은잘갖추었습니다. 그리고이런특징이 우리말의문법현상을 더욱어렵게합니다.

예컨대<얽키고설키다>라는말이있습니다. 이말은<얽히다>와<설키다>가결합된말인데, 문제가심각합니다. <얽히다>라는동사는있지만, <설키다>라는동사는없는것입니다. <얽히다>는말에 말장난이작용하여, <설키다>는뜻없는말이덧붙은 것입니다. 그래서국어에서는이것을<얽히다>라는움직씨와별개로, <얽히고설키다>라는한동사로 인정합니다. <얽>에서<섥>이 말장난으로등장한것이고, 그것이마치움직씨처럼 쓰인것입니다. 이런말장난의예는 <얼기설기>에서도 볼수있습니다. <얼기설기>의<얽기>는 <얽다>에서온말임을 금새알아볼수있고, <설기>의<섥>은 <얽>과짝을이루는 어울림소리임을 쉽게알수있습니다.

이와같이우리말에는 말장난으로만들어지는말들이 아주많습니다. 이런것들은 띄어쓰기를하기어렵습니다. 합쳐진그대로한낱말로 인정해주는경향이 강합니다. 어쩔수없는일입니다. 그러니맞춤법에서<얽히고설키다>를쓸때에, 사람들이얼마나어렵겠어요? <얽히고섥히다>라고써야할지, <얽히고>와<설키고>를띄어써야할지, 아주혼란스럽죠. 하지만띄어쓰기를 어절과문장단위로하면, 이런고민은 쉽게해결됩니다. 그다음에발생하는문법체계상의문제는, 한글학자들이알아서정리해주면 됩니다. 글쓰는사람이앞에가고, 학자들이뒤따르며 법칙을정리해주면 됩니다.

사실, 이런게바람직한거아닐까요? 세종께서도이런생각으로 글을만드신게아닐까요? <이를위하여>훈민정음을만드신게아닐까요? 한낱말을건널때마다 맞춤법을의식하는것은 세종께서원하신글쓰기생활이 아닐것이라고 저는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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