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번역가

 

[충청매일] 아주 먼 옛날, 주(周)나라 목왕(穆王)은 마흔이 넘어 왕위에 올랐다. 많은 제후와 신하가 자신에게 절하며 축하를 보내자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서쪽의 견융만이 인사를 오지 않았다. 목왕은 아주 기분이 나빴다. 평소에도 화가 많았는데 이날은 더욱 화가 났다. 신하들을 불러 말했다.

“견융이 참으로 무례하구나. 당장 군대를 동원해 저들을 정벌하라.”

그러자 신하 모보(謀父)가 아뢰었다.

“군대를 동원하면 수십 년 동안 이어져 온 평화가 깨어집니다. 하오니 사신을 보내 권유하시는 것이 낫겠습니다.”

목왕이 그 말을 듣자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군대가 아니면 그럼 무엇으로 저들을 굴복시킨단 말이냐?”

모보가 다시 정중히 아뢰었다.

“이전에 무왕께서는 왕실 조회에 참석하지 않으면 처음에는 이유서를 올리도록 했습니다. 그것마저 하지 않으면 다음은 권유하였습니다. 권유해도 따르지 않으면 강제명령으로 바로 잡았습니다. 명령에도 따르지 않으면 그때는 형벌로 다스렸습니다. 그리고 형벌조차 거역하면 그때 비로소 군대를 보내 정벌하였던 것입니다. 지금까지 견융은 충실히 주나라를 받들어 왔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내부 분열로 인사하러 오지 않았다고 정벌하신다면 천하가 다시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하오니 군대 동원을 보류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목왕은 이를 무시하고 끝내 군대를 동원해 견융 정벌에 나섰다. 바쁜 농사철에 백성들을 강제로 징집하여 3만 명의 군대를 편성했다. 그 군대가 견융 지역을 향해 서북쪽 몇백 리까지 행군을 시작했다. 군대에 군량이 없으니 지나가는 곳마다 식량을 약탈했다. 그러자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그렇게 몇 개월에 걸쳐 힘들게 견융 지역에 도착했다. 견융을 공격하려 했으나 견융은 바로 항복하고 말았다. 천자를 잘 받들겠다는 약조를 받고 군대가 다시 귀국길에 올랐다. 이런 일이라면 사신 몇 명을 보내도 충분한 일이었다고 장수들은 허탈해했다. 오는 길에도 식량을 약탈해서 군량으로 사용했다. 역시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1년 뒤에 군대가 도착하자 목왕은 항복 소식을 전해 듣고 아주 기뻐했다. 하지만 한 해 농사를 짓지 못했으니 백성들은 모두 빈곤해졌다. 왕실은 조세를 거둘 것이 없으니 나라 또한 가난해졌다. 그러자 사방의 제후들이 목왕을 우습게 여겨 조회는 물론 왕실 제사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목왕은 크게 분노하였다.

“주나라의 은혜를 입은 자들이 감히 왕실 제사를 모른 척하고 있다. 제후 중에 제사에 불참한 자는 모조리 잡아들여라. 그들의 목을 벨 것이다!”

다음날 불참한 제후들을 체포하기 위해 군대가 왕의 출발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목왕은 화가 터져 아침에 깨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잠들었다.

수복강녕(壽福康寧)이란 복되고 건강하고 편안하게 오래 사는 것을 뜻한다. 복된 일은 만족할 줄 알아야 하고, 건강은 검소한 식사에 달렸고, 편안하려면 다투지 않아야 한다. 왕이 되어서 화를 참지 못해 일찍 죽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aion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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