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내과 원장

과민성 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은 복통 혹은 복부 불쾌감, 배변후 증상의 완화, 배변 빈도 혹은 대변 형태의 변화 등의 특징적인 증상들이 만성적으로 반복되는 대표적인 기능성 위장관 질환이며 아직까지 병태생리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아 대증치료 위주로 치료하는 질환이다.

크론병 혹은 궤양성 대장염으로 대표되는 염증성 장 질환은 유전적 소인을 가진 개인에서 면역 이상, 장내미생물에 의한 장점막 방어기능 약화 등이 발생 되면서 만성적으로 위장관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으로 설사, 복통, 복부 팽만감과 같이 과민성 장 증후군과 유사한 증상 뿐 아니라 혈변 체중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으며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협착 천공과 같은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증상과 관련하여 가벼운 염증성 장 질환과 과민성 장 증후군의 구분은 쉽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염증성 장 질환에 의한 복통의 경우 연속적으로 발생하며, 배변 등에 의해 호전을 보이지 않으나, 과민성 장 증후군과 같은 기능성 질환은 배변에 의해 호전될 수 있다.

체중감소는 염증성 장 질환에 흔히 동반되는 증상이지만,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서도 증상으로 인한 음식물 섭취에 대한 두려움으로 섭취량이 저하되면서 발생할 수 있으며, 구역, 구토는 염증성 장 질환에서, 흉통 혹은 소화불량 등은 과민성 장 증후군에서 연관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좀 더 흔하다.

이 두 가지 질환은 과거에는 전혀 별개의 질환으로 이해 되었으나 최근에 장관의 운동, 감각, 분비 기능 등과 관련된 기전들과 매개체들이 좀 더 자세히 밝혀지면서 과민성 장 증후군 역시 염증성 장 질환처럼 병태생리학적으로 미세 염증 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점차 두 질환의 연관성에 대해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일부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의 장 신경 근처에 비만세포(mast cell) 혹은 T 림프구와 같은 염증세포가 증가 되어 분포되어 있으며 단백분해효소, 히스타민, 프로스타글란딘과 같은 염증 매개 물질들이 대조군과 비교하여 더 많이 분비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이렇게 장에서 증가된 비만세포(mast cell)의 활성 정도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서 복통의 강도 및 빈도와 관련이 있다.

최근에는 염증성 장 질환 환자에서 숙주와 장내세균 사이에서 병원균에 대한 방어 및 조절에 관여하는 TNF(tumor necrosis factor)라는 물질이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에서도 일반인에 비해 더 많이 발현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돼 과민성 장 증후군이 크론병의 불완전한 면역 변이형의 하나로 주장되기도 한다.

장기간에 걸친 장점막 방어기능의 변화도 염증성 장 질환 환자의 병태생리 및 재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최근 실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의 대장조직에서도 세포사이 투과성이 높아져 있음이 발견되었고 증가된 장점막 투과성은 복통의 중등도와 연관이 있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과민성 장 증후군을 단순히 장의 기질적인 변화 없이 감각이 예민해져서 생긴 질환이라고만 볼 수는 없을 것으로 현재는 대증치료 위주로 치료를 하지만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소수의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는 염증성 장 질환의 변이형은 아닌지 검사를 통해 반드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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