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편 묶어…개인의 시간과 사회의 경향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선 돋보여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청주 지역에서 오랫동안 언론에 종사하며 문필활동을 해온 이재표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그곳이 어디든 데려다주게’(고두미/1만원)(사진)를 펴냈다. 61편의 시를 묶은 이번 시집은 개인의 시간과 사회의 경향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두드러진다.

 이 시인은 시집 구만 권이 팔렸다는 젊은 시인의 라디오 인터뷰를 들으며 사르르 배가 아팠다. 그러면서도 그가 단 세 줄을 읽기도 전에 눈물 흘리는 시의 노예다.

“나의 일생은 간절하게도 시인을 바라는 게 분명하다. 달랑 시집 한 권 냈다고 해서 시인 대접을 받는 건 아닌데, 다만 세 사람 정도는 처음부터 시인이라고 불러줬고, 내 눈치를 보아가며 시인이라 불렀다가 기자라고 불렀다가 하는 얍삽한 이들도 네댓쯤? 나머지는 다 고민할 것도 없이 李기자, 李국장이라고 부른다. 한때는 악마에게 그림자를 판 사나이처럼 요절한 시인의 운명과, 운명 같은 그 한 줄을 바꾸고 싶었다. 그때는 비록 철이 없었지만, 평생 시만 쓰며 살 수 있을 거라는 호기 하나는 넘쳤건만.”

시집에 쓴 시인의 서문이다.

장문석 시인은 시인의 시에서는 칼국수 맛이 난다고 했다. 맵고 짠 장아찌나 기름진 떡갈비의 맛이 아니라 오랜 ‘숙성의 시간’을 거쳐 온 맑고 담백한 맛이다. ‘바지락과 미더덕’의 바다에서 육수를 우려냈기 때문이다. ‘감자와 애호박’을 고명으로 곁들였기 때문이다. 더러는 ‘고춧가루에 청양고추로 화룡점정’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시는 구수하면서도 날카로운 뒤끝의 여운을 남긴다. 그것이 그가 세상을 대하는 포용의 눈빛이며, 동시에 불의한 세상에 응전하는 정신이다.

그의 시는 결코 절망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눈이 내려야만 겨울이라면/ 나는 아직 가을’이라는 믿음으로 독자를 향해 ‘칼국수 같은 시를 쓰자’라고 외치고 있다.

장 시인은 “그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 ‘역행할 수 없는 주름’을 이마에 새기며 오늘도 그는 ‘가 닿지 못하는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다”며 “그가 영원히 시의 길 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고 전했다.

시인의 시에 보이는 삶의 서사와 시적 정조는 ‘서글픔’은 있으나 ‘슬픔, 단절, 비탄’까지 가지 않는다. ‘비틀리거나 응어리진’게 거의 없다. ‘고단함’은 있으나 ‘원망이나 절망’으로 넘어가지 않는다. 상황이 어려워도 부정적으로 밀어내기보다 수용적인 자세가 배어있고 무엇인가 길을 내는 쪽으로 생각과 몸이 기운다. 사람들 속에서 길을 찾고 기억의 층위 켜켜이 숨겨 놓은 위안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차분하되 무겁지 않게 무릎을 일으켜 다시 걸음을 걸어간다.

불교방송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시인은 마을신문과 시사주간지 충청리뷰 등 지역 언론에 몸담아 왔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 방송국에서 일하며 충북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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