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연구원 연구위원

근래 우리나라는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사회 분야에서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순수 국내기술로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하면서 세계 7대 우주강국에도 들어섰다.

최근 BTS의 빌보드 차트 석권, 2020년 ‘기생충’의 아카데미에 이어 올해 ‘브로커’와 ‘헤어질 결심’의 칸 영화제 수상, 18세 임윤찬 피아니스트의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 우승, 코로나19의 모범적 대처 등은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리고 문화 선진국에 진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신 냉전체제로 접어들 위기의 국제정세에서도 지혜롭게 대처함으로써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잘 관리하고 있다.

진정한 선진국은 문화와 사회 분야에서의 성장이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 분야의 성장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서구 유럽도 수 백 년에 걸쳐 발전해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불과 몇 십 년 만에 이것을 해내고 있기에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워낙 빠르게 변하고 있어서 놓치는 부분도 적지 않다.

OECD 37개 국가 중 행복지수 35위, 출산율 최하위, 자살률 1위, 초미세먼지(PM2.5) 농도 1위(평균의 2배), 갈등지수 3위, 노동시간 2위가 놓치고 있는 사회적 문제들이다. 자살은 10~20대에서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충북은 고등학생 자살률이 전국 1위이다. 경제성장과 서울에 있는 대학을 목표로 달려온 결과이다.

국가 균형발전을 외치면서 대학은 서울로만 보내려고 하는 모순된 상황이다. 선진국의 경제가 기업이 아니라 사람 중심이어야 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새로운 단계로 도약할 때이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성장 동력이 필요하다.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라는 발판을 딛고, 이제는 문화, 사회 발전을 통한 성장을 준비해야 한다. 기업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동력을 전환해야 한다.

경제성장을 위한 부속품으로서의 사람이 아니라 국가 성장의 주체로서의 사람이 돼야 한다.

지금부터 준비한다고 해도 당분간은 심한 몸살을 앓을 것이다. 문제점을 드러내고 파헤쳐서, 아픈 부위를 도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치는, 정책은, 그 방향으로 가야한다. 지금부터 준비해도 10년, 20년, 또는 그 이후에나 우리가 원하는 수준에 오를 수 있다.

그동안 눈에 보이는 가치에 중심을 두었다면,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소망을 두어야 한다. 돈(경제), 직업, 집, 건강, 자녀의 학력 등에서 철학, 문화, 예술, 개인의 내적 성숙, 건강한 가정과 공동체 등으로 사회적 가치의 중심을 옮겨야 한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성장에서 국민 개개인이 주도하는 성장으로의 대전환을 시작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소비한 시간이란다.”

‘어린 왕자’에서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한 말이다.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있는지도 모른다. 문화, 철학, 종교, 공동체, 그리고 사랑처럼 말이다. 우울하고 슬픈 1위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중간이 낫지 않은가?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