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명
시인

 

[충청매일] 엄밀히말해 표준어는존재하지도않습니다. 표준어가없다고요? 그렇습니다. 표준어는 지구상에존재하지도않는 말입니다. 표준어는 여러지역의사투리중에서 하나를기준으로정할수밖에없습니다. 우리나라의경우는 서울사투리를표준어로정한것입니다. 이런기준은 큰문제점을안고있습니다.

먼저, 서울사투리라고했는데 서울을들여다보십시오. 서울에는우리나라인구의 1/5가몰려서삽니다. 각지역에서올라온사람들이 뒤엉켜살죠. 표준어를제정할당시에는 서울사투리가존재했을 것입니다. 설령그렇다고해도 서울에는4계층(사농공상)이섞여살았습니다. 서울사투리라도 이들4계층의언어는 달랐습니다. 그러면이들중에서 누구를기준으로 표준을삼았을까요? 표준어제정당시 ‘교양있는사람들’이었습니다. 교양있다? 이런규정자체가 벌써큰문제의소지를안고있음은 삼척동자도잘알것입니다. 표준어의기준에적합한사람이 과연서울에살고있을까요? 그런사람을 현실에서만날수있을까요? 이건거의불가능합니다.

따라서오늘날우리가 표준어라고여기는말은 현실에서보기힘든 사람들이모여서 ‘이것일꺼야.’라고여기고만들어낸 가공의언어임을 알수있습니다. 현실에는존재하지않는언어라는말입니다.

과연이런언어를기준으로 우리가삶속에서쓰는생활언어를 틀렸다고지적할수있을까요? 이얼마나황당한일입니까? 우리는날마다이런지적을당하면서살아갑니다. 그러면서도아무렇지도않게 그지적을순순히받아들입니다. 이것은수십년동안 그렇게배우고길든탓입니다. 학교때틀려서점수깎이는것말고도 우리는날마다매스컴에서 이런지적질을받으며 살아갑니다.

표준어를기준으로 사투리를비판하고 사투리를쓰는사람이 자신의말투를부끄러워하면 결국사투리는사라지게됩니다. 실제로엄청난빠르기로 사투리가사라지는중입니다. 생각을바꾸지않으면 나중에는사투리가모두사라지고 사투리가사라진날에는 표준어도설자리가사라집니다. 그렇게되면 영어를쓰나 우리표준어를쓰나 뜻을전달하는기능만 남습니다. 그러면굳이우리말을쓸필요도없지요. 영어를표준어로선택해도 아무런문제가없는날이 곧우리앞에들이닥칠것입니다. 실제로소설가복거일은 1980년대부터 이런주장을해왔습니다.

표준어는 사투리를쓸 때 생기는문제점을 보완하기위해 임시방편으로쓰는기준에 불과합니다. 그런것을까맣게잊고 그본말을뒤집으면 안됩니다. 표준어는 사투리를잘쓰기위한것이지, 사투리를몰아내기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삶은 사투리로꾸며져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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