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화물연대의 이른바 ‘총파업’이라고 하는 집단운송 거부사태가 8일 만에 끝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공평과 정의’를 내세워 ‘법대로’를 표방한 윤석열 정부의 첫 번째 노동정책이 화물연대가 끈질기게 주장한 일몰제 ‘폐지’라는 표현만 안 썼을 뿐 안전운임제는 사실상 상시 제도가 된 데다 대상 품목 역시 확대돼 걸핏하면 산업계를 볼모로 힘자랑하는 화물연대 세력 확산에 절호의 기회를 쥐여준 꼴이 되면서 ‘백기투항’ 한 셈이다.

국내외 경제 상황을 감안해 조속한 사태 수습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이 정부의 핵심 기조인 시장경제와 법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나쁜 선례를 초래하고 말았다.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가 합의한 내용은 △안전운임제 일몰 연장 및 대상 확대 △유가 상승에 따른 보조금 확대 △운송료 합리화 지원 등 화물연대의 요구사항을 거의 전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물론 가뜩이나 한국 경제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파업 사태가 봉합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이번 화물연대에 대한 대응은 윤 대통령의 ‘법대로’가 비난을 받을 여건을 마련했다.

대통령은 수많은 사회적 갈등을 예방하고, 중재하고, 또 슬기롭게 해결해야 할 책무가 있고 정치의 역할로 행정수반인 대통령이 사회적 갈등과 국민 불편에 손 놓고, 모든 일을 ‘법대로’만 처리할 것 같으면 정치와 행정은 더 이상 존재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례로 양산마을 집회에 대해서는 ‘법에 따라 되지 않겠는냐’며 대응하고 용산 대통령실 주변에 신고된 집회와 시위에 대해서는 금지처분했다.

이러다 보니 양산과 서초동 집회는 ‘법에 따른 국민의 권리’이고, 대통령실 주변 집회는 그렇지 않고 법률에 기반한 행정권 행사의 이중잣대라는 지적이다.

헌법과 법률에 기반한 행정권 행사, 법치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모든 사안을 ‘법대로 하자’고 하는 것은 법치가 아니라 방치이며 사회적 갈등과 국민 고통을 방치하는 것이 아닌 법과 제도에 기반해 국민의 행복과 안위를 먼저 고민하는 정치, 진정한 법치를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해서도 국민이 가장 심각하게 여기는 것은 복귀한 화물연대 조합원에 대해 일절 불이익이 없도록 국토부가 협조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불법 행위로 입건된 화물연대 소속원들에 대한 형사적 선처와 함께 업무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등 민사적 책임도 면제해주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이번 사태로 산업계가 입은 피해가 2조원이 넘는다고 하는데, 정부가 화물연대 사태가 흡사 천재지변인 양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과 원칙, 엄정 대응을 누누이 천명한 윤석열 정부가 이전 문재인 정부와 다를 바가 무엇인가.

화주인 기업들에 엄청난 부담만 지우는 합의를 덜컥 해대는 권한이 정부에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번 사태는 노동계에 만연한 집단 실력 행사에 의한 떼쓰기법 심리를 재용인해 준 모양새가 됐다.

법치주의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이유도 그러해서다. 정권 초반부터 잘못 준 시그널이 두고두고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다.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