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고삐 풀린 물가에 미국은 결국 ‘자이언트 스텝'을 꺼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용어로서 기준금리가 0.25% 오르면 베이비 스텝, 0.5% 오르면 빅 스텝, 0.75% 오르면 자이언트 스텝이라고 말한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 유가 상승이 미국의 물가상승을 압박하면서 금리 인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미국 연방 공개시장 위원회(FOMC)는 지난 15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위원회는 연방 기금 금리 목표 범위를 1.5~1.75%까지 인상하기로 결정 했다”라고 밝혔다.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로 최대폭의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드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그러자 밤사이 미국 주가지수가 급락했다. 우리 주가도 폭락했다.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다시 IMF 위기가 오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 1994년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으로 그해 멕시코가 외환 위기를 맞이했고, 1996년에 아시아가 외환 위기를, 1998년에 러시아가 모라토리엄 즉 채무 지급유예를 선언했다.

지금, 우리나라도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로 인하여 속도 쓰리다. 가계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경제의 마이너스 효과가 점점 커지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일 년 전 손바닥만 한 상가 한 칸을 사면서 상가를 담보로 대출받아 이자와 원금을 내고 있다. 처음 이자를 2% 적용하던 것을 지금은 4%에 육박하고 있다. 이미 소득의 상당 부분을 빚 갚는데 할애하고 있는데 지속적인 금리 인상은 생계를 옭아매고 있다. 변동금리를 택한 만큼 이자 부담에 허덕이면서 ‘불면의 밤’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가파른 금리상승으로 대환대출을 하려 해도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중으로 부담되니 어쩌지 못하고 그저 속만 태울 뿐이다.

가을에 결혼을 앞둔 딸아이가 신혼집을 청주에다 마련하려고 알아보니 다락같이 뛴 아파트 보증금으로 언감생심 전세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쉽게 대출을 받을 수도 없거니와 대출을 받아도 원금의 분할 상환과 높은 이율로 고민이 크다. 요즘 들어 고금리로 인해 월세를 선호한다는 기사를 보고 딸아이도 월세를 선택해야 하겠다며 삶의 기대치를 많이 내려놓은 듯하다.

정부에서 신혼부부에게 주는 혜택은 조건이 미달 되니 그림의 떡이다.

몇 년 전부터 영 끌에 나선 20~30대도 이자의 무서움을 절감하고 있다. 이들이 2금융권 대출까지 받아 집을 산 이유는 자고 나면 오르는 집값 때문에 지금 사두지 않으면 평생 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지가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빚을 지게 했다.

그러면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찰스 핸디의 ‘삶이 던지는 질문은 언제나 같다’에서 이렇게 대답하고 있다.

“우리를 지배하는 그것들은 결국 우리 손으로 선택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외면하고 싶어도 외면할 수 없다. 다만 그 변화를 차분히 맞이하여야 한다.”

난관을 극복하는 지혜가 남다른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이미 코로나19 핵폭탄으로 삶의 예방주사를 강하게 맞았으니 경제적 폭탄이 찾아와도 끄떡하지 않을 것이다. 이 시기를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롭게 헤쳐나가다 보면 머잖아 살기 좋은 세상이 올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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