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대 칼럼] 연가
[이종대 칼럼] 연가
  • 충청매일
  • 승인 2022.06.16 17: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

‘비바람이 치던 바다 / 잔잔해져 오면 / 오늘 그대 오시려나 / 저 바다 건너서’ 어려서부터 많이 듣던 ‘연가’로 알려진 노래 가사의 일부이다.

비교적 빠른 템포로 불려 지던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어린 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이 노래가 우리나라의 노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 건 어른이 되어서였다. 더구나 이 노래가 뉴질랜드 원주민인 마오리족의 전설이 깃든 ‘포카레 카레아나’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뉴질랜드의 ‘타우포’ 호수에는 ‘모코이’라는 섬이 있었다 한다. 그런데 육지 부족인 아리와 부족장의 딸 ‘히네모아’는 모코이 섬의 부족 훠스터의 아들 ‘투타네카’의 피리소리에 반해 짝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 연인들은 두 부족 간의 오랜 반목으로 자유롭게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목숨을 건 두 사람의 사랑은 마침내 두 부족을 화해시키고 사랑을 이루었다는 내용이다. 마치 로미오와 쥴리엣과 같은 사랑 이야기.

뜻밖에도 이 노래를 우리에게 전해준 사람들은 6·25 전쟁 때 유엔 참전국 중의 하나로 우리나라에 군대를 보낸 뉴질랜드의 군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 군인들은 한국 어린이들에게 이 노래를 전해주고 우리 아이들은 이 노래를 따라 부르곤 했다는 것이다.

50년대 생인 내가 이 노래에 익숙했던 것도 이 같은 배경 때문이 아닐까 싶다.

꽤 오래 전 나는 뉴질랜드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북섬의 어느 공원인 것으로 기억한다. 공원을 거닐다가 커다란 비석 하나를 발견하였다.

놀랍게도 비문이 한글로 기록되어 있는 게 아닌가? 그것은 바로 한국전쟁 참전 기념비였다. 머나먼 이국 땅인 한국에서 벌어진 처참한 전쟁애 참전했던 뉴질랜드 군인들의 용감한 행적이 기념비에 한 글자 한 글자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비행기로도 12시간을 넘게 날아와야 하는 먼 나라의 한 외진 공원에서 한글로 된 참전 기념비를 보다니! 순간 나는 벅찬 고마움과 함께 시상이 날아와 가슴에 박혔다.

실제로 육군과 해군 총 4천800명이 참전한 뉴질랜드 군은 1951년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중공군의 총공세에 맞써 가평 전투에서 혁혁한 전과를 올려 서울을 지켜내는대 크게 기여했다고 전해진다.

녹음이 짙어지고 있다.

해마다 6월이면 호국보훈의 달로 나라를 위해 숨져 간 이들을 기념하며 여러 가지 행사들이 진행된다. 6·25 전쟁뿐만 아니라 월남전을 비롯한 여러 전투에 나라를 위해 싸우다 희생되신 분들이 많다. 그들의 넋을 기리고 받들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먼 나라인 한국전에 참전했던 수많은 외국의 군인들에게도 그 고마움을 잊지 말아야겠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으로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서민들의 삶도 점점 고단해지고 있다.

유가를 비롯한 물가가 오르고 서민들은 힘들어한다. 정치를 하는 분들의 고민도 매우 깊으리라 본다. 우리의 안정과 안보, 세계 평화와 경제 등등 다각도로 검토하고 고민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6·25전쟁이 있던 6월을 맞으며 나 역시 깊은 고민에 잠긴다.

뉴질랜드에서 본 참전 기념비가 눈에 어른거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