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희 충북도 노인시설팀장

 

주변에서 ‘꼰대’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를 흔히 본다.

이는 권위적 사고를 가진 일부 기성세대를 비하하는 은어로 알고 있는데, 인터넷 사전에는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라고 노골적으로 적혀있다. 여기에 더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틀딱’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틀니 딱딱’의 줄임말로, 노인을 비하하는 표현을 넘어 노인들의 신체적 결함을 가지고 조롱하는 수준이다.

안 보는 데서는 임금님 욕도 한다는데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은어나 신조어에 둘러싸인 우리 사회의 내부는 그냥 넘기기에는 위험한 수준이다.

고령사회인 우리나라는 2025년 초고령사회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충북의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총인구의 19.2%(2022년 4월 기준)로 전국에서 일곱 번째다. 고령화 추세에 따른 지속적인 노인인구 증가로 비하와 학대에 직면할 노인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노인보호통계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도내에서 학대 상담을 받은 노인은 총 3천341명으로 이중 학대 판정을 받은 노인은 569명에 달하며 이러한 수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학대유형은 신체적 학대 37%, 학대 장소는 가정내 81%로 가장 높으며, 학대 행위자는 친족 중 아들, 배우자, 딸 순이었다. 이는 자식에게 매 맞는 노인이 많다는 현 실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충북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적으로는 더욱 심각하다.

일부에서는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코로나 블루(우울), 레드(분노)와 같은 감정 변화들이 우리 주변의 노인에게 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는 하나, 비단 힘든 시기적 이유뿐만 아니라 경제·신체적 힘이 없는 노인에 대한 소외와 폭력 문제는 예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에 우리나라는 심각해진 노인학대의 경각심을 갖고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6월 15일을 ‘노인학대 예방의 날’로 제정해 올해로 여섯번째를 맞이했다.

충북도는 노인학대를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노인 돌봄 주체를 가족 책임만이 아닌 정부·사회가 함께 대응하기 위해 청주와 충주에 각각 노인보호전문기관 2개소, 충주에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를 설치하여 학대 신고 전화(☏1577-1389) 운영, 피해 노인 상담 및 치료, 법률·보호 교육, 일시보호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등 신고 의무자를 대상으로 예방교육과 캠페인, 이동상담 등을 강화해 노인 인권 보호와 안전망 구축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노인 공경, 장유유서 등의 전통적인 윤리의식을 넘어 인간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고 인권을 보호받아야 한다. 노인을 기본적인 인격체로 보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경제력이 없고 신체적으로 늙고 쇠약하다는 것이 무시와 학대의 이유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노년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으로 노인학대를 근절하지 않는다면 노인학대의 암흑은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오늘부터라도 ‘혹시 내가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는지, 주변에 학대 피해가 의심되는 노인은 없는지’관심을 가져보도록 하자.

SNS 기사보내기
기사제보
저작권자 © 충청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