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반도체가 우리를 먹여 살렸고, 우리 발전의 초석이 되기 때문에 반도체 인력을 제대로 키우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교육부의 정책을 질타하자 교육부가 비상이 걸렸고,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을 2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학의 정원 조정은 대학 구성원 특히 교수들의 생사와 관련하여 가장 큰 저항을 받는 문제이다. 이에 많은 대학에서 학과들은 입학생이 미달이 되어도 정원을 내놓지 않으려고 한다.

학과대학의 정원 조정은 제로섬 게임으로 특정 학과 정원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학과의 정원을 줄여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여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서 입학 정원을 늘리겠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대학 정원을 늘려주고, 지방 대학도 수도권과 동일한 숫자로 늘리겠다고 하니 대학 평가로 정원을 조정해야 하는 대학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학과의 정원을 조정하지 않고 반도체 학과의 정원을 2만명 늘리게 되면 대학의 입시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다.

2024학년도는 대학 차원에서는 최악의 보릿고개가 예상된다. 2024년 입시는 산술적으로는 12만명의 입학 정원 미달이 예상되고, 입학 정원의 70%도 채우지 못하는 대학이 85개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원자가 한정된 상황에서 반도체 학과 정원을 2만명 늘리게 되면 다른 학과의 충원율은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반도체 학과의 정원을 늘린다고 반도체 인력을 급격하게 늘리지는 못할 것이다. 진로 정보망 커리어넷에 의하면 전국 반도체 학과 졸업자의 취업률은 82.7%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취업 분야를 보면 연구직 및 공학 기술직 38%, 설치·정비·생산직 9.7%이다. 반도체 학과를 졸업하여 반도체 관련 분야에 취업한 비율은 50%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단순히 학과 정원을 늘린다고 반도체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2022학년도 입시지원도 인기가 높은 삼성이나 하이닉스와 협력한 수도권의 계약학과를 제외하고 비수도권의 대학에서는 3곳의 반도체 학과가 미달이 되었다. 단순 논리로 2만명을 1/n식으로 모든 대학에 배정한다면 충원 미달은 당연한 것이다.

반도체 학과 정원을 2만명 늘리는 것은 대학개혁에 해당할 수 있다. 대학은 개혁을 가르치는 곳이지만, 개혁에 가장 저항적이고 가장 느린 곳이다.

저항을 줄이고, 정치논리에 의해 모든 대학에 정원을 균형되게 배정한다거나, 수도권 정원 조정 없이 반도체 학과 정원을 늘리면 지방대학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 한다. 그 말은 교육에 대한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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