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 충남경찰청 과학수사과 검시조사관

법곤충학은 곤충의 종류와 발육상태를 통해 사망시간과 원인 및 장소를 추정하는 학문이다.

사람과 야생동물과 관련된 법적 판단이 필요한 문제의 사건들을 조사할 때 곤충이 변화하는 과정에 관한 정보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에 사건 수사나 법의학적 사실 규명에 관련된 곤충을 이용해 해결하는 것으로, 법과학의 한 분야라고도 할 수 있다.

사건 현장에서 시체가 발견되면 일반적으로 시체의 사후 변화를 통해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지만, 시신이 부패했고 곤충의 흔적이 있다면 의학적인 정보들은 사라지고 사후경과시간을 추정하기 어렵다.

이때 시체에서 발견되는 곤충을 활용하면 사후경과시간의 추정이 가능하다.

시체가 발견된 처음 72시간 내 시체의 체온 하강·혈액침하·굳음·건조 및 부패 등 시체의 물리학·화학적 변화에 기초해 사망시간을 제공할 수 있지만, 사망 이후 72시간이 지난 뒤에는 심한 부패로 인해 사후경과시간(PMI)을 추정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부패된 시체에서 일정하게 성장한 구더기가 발견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대개 곤충들은 주변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일정한 성장 속도를 유지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다면 시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정보를 곤충으로부터 얻을 수 있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곤충의 활용은 이상적인 사후경과시간의 추정 방법이 될 수 있다.

시체에서 채집한 구더기를 사육해 성장한 파리의 생활 단계에 기초하거나 시체에서 발견되는 곤충의 천이로부터 얻은 정보에 의해 사망했을 법한 사후경과시간이 제시될 수 있는데 이러한 사후경과시간의 추정은 불과 몇 시간에서부터 심지어 몇 년이 지난 후에도 가능하다.

이러한 사후경과시간 추정은 파리가 최초 시체에 산란한 시점을 기준으로 한다.

반면 사후경과시간의 마지막 또는 추정되는 최대 사후경과시간은 사체에 침입해 가장 오랫동안 머무른 곤충의 발달 단계가 인지되는 그 곤충이 사체에서 발견되는 시점이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진드기(ticks)나 응애류(mites)와 같은 절지동물도 이용될 수 있다.

또한 구더기의 성장 속도뿐 아니라 구더기 장내의 약독물이나 파리의 산란 선호성, 특정 곤충의 년 중 발생 시기, 발생 장소와 같은 곤충과 관련된 증거나 정보들은 사건의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법곤충학이 우리나라에 적용된 첫 사례는 2014년 세월호 사건 관련 순천에서 발견된 B씨의 변사사건이며, 이후 꾸준한 연구와 노력 끝에 경찰청은 지난달 17일 아산시에 법곤충 감정실을 개소하게 됐다.

법곤충 감정을 통해 변사자의 사망시간 추정뿐 아니라 사망한 계절과 시신 이동 및 약물 사용 여부 등 추가적인 수사 정보를 제공할 예정이며, 변사사건뿐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 및 동물에게 발생하는 구더기증(승저증) 분석을 통해 노약자에 대한 방임 및 학대나 동물 학대 및 유기 등 다양한 분야에 수사지원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과학수사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법곤충학의 발전된 기법과 감정을 통해 더욱 선진화된 과학수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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