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청주예총 부회장
산다는 것은 만남이요, 여행이라고 한다. 코로나 사태가 풀리니까,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도 만날 수 있어서 좋고, 여행도 훌쩍 떠날 수 있어서 좋가. 이제 사람 살맛이 날 것 같다. 밤만 되면 불야성을 이루는 식당가를 보기만 해도 신바람이 난다.
얼마 전 아내의 여고동창생 부부가 영동 고향집엘 찾아 왔다. 우리 부부는 ‘흙수저’라면, 그들 부부는 ‘금수저’라고 하겠다. 남편은 정계에 진출하여 국회의원 선거를 여덟 번이나 치렀는데, 두 번 떨어지고 여섯 번 당선 되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시절에는 국회의장을 역임하는 등 정계에 투신하여 단맛쓴맛 다 보고, 지금은 정계를 떠났다고 한다. 아내 친구는 의과대학을 나와 대전에서 의원을 개업하여 번 돈을 남편 뒷바라지에 헌납(?)했다고 한다. 이들을 직접 대하고 보니 예상보다 이들의 생각이 소박하고 건전하였다.
영동시장 골목에서 올뱅이국을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 반찬그릇까지도 깨끗이 비웠다. 마침 인근의 초등학교를 찾으니 쾌적한 학교환경과 티 없이 맑은 어린이들의 눈동자에서 속세의 근심이 일시에 사라지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내가 태어난 시골집의 사랑방과 가마솥과 소(牛)막, 그리고 황토방인 윗방을 신기한 듯 둘러보고, 저녁엔 상촌면 물한리 교직원 휴양소에서 삼겹살 파티를 통하여 굴곡진 인생사를 뒤돌아보며 터놓고 담소할 수 있었다.
대화의 내용이 그가 가지고 있는 정치적인 소신과 철학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요즈음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카이스트’에서 강의를 하는데 주제가 ‘리더십’이라고 한다. ‘지도자로서 자질’이라면 한 마디로 ‘톨레랑스(tolerance·다름의 인정)’라고 한다. 이것은 프랑스의 대표적 정신이자 정치 이념이란다.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이 다르고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상대방이 틀리다고 하지 말고 다름을 인정하면, 상대방을 존중하게 되며, 그러면 ‘관용과 소통과 공감’이 이뤄지게 마련이다.
지금도 중국에 있을 때 중국의 제자들로부터 가끔 연락이 온다.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에게 ‘한국생활이 어떤가?’라고 물어보면, ‘무엇보다도 자유가 있어서 좋고, 내가 직접 선거로 지도자를 뽑을 수 있는 한국이 부럽다.’ 답한다.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가 무사히 잘 마무리 된 것 같다. 우리의 선거문화도 이제는 성숙해졌다. 경기지사 선거는 이튿날 새벽 5시까지 숨 막히는 접전을 벌임으로써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하였다. 패배한 김은혜 후보는 “최선을 다했지만 제가 부족하여 패배했습니다. 승리한 김동연 후보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승복함으로써 페어 플레이 정신을 보여 줬다.
친구들과 모임 할 때 정치이야기는 피하는 게 좋겠다. ‘내로남불’이니 ‘검수완박’이니 이야기만 나오면 말다툼으로 번지고 감정싸움으로 번져 인간관계가 깨져버리기 일쑤다. 근래 우리 사회는 보수와 진보간의 대립화 현상이 심해졌다. 국론분열로 번질까 우려된다. 새 정부에서도 ‘국민통합위원회’를 만들어 이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대립과 갈등으로 흩어진 민심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존중과 배려로 공감하고 소통함으로써 우리의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자.
톨레랑스(tolerance)를 타산지석으로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