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청주민예총 사무국장

선거가 끝나니 도로의 현수막이 줄었다. 당선 인사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고, 낙선 인의 인사 현수막도 눈에 띈다. 거리에 울려 퍼지던 확성기 소리도 사라졌다.

누군가는 축배를 들었고 다른 이는 패배의 쓴잔을 들었다. 여덟 번째를 맞는 전국동시지방선거로 4천명이 넘는 인원이 선출되었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의 선출직도 많지만, 그중 가장 많은 선출직은 구시군의회 의원이다. 무려 3천300명이 넘는다. 그러니, 선거에 참여하는 후보의 수를 2~4배로 계산하면 그 수는 어마어마하다. 여기에 선거 운동원 등을 포함하면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얼마나 많은 인원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했는가를, 얼마나 많은 예산이 사용되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선거 과정은 치열하다. 당의 공천과정부터 난관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서는 당을 위한 헌신적인 봉사 또는 투자의 시간이 필요하다.

현역 의원일지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당의 충성도에 따라 공천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공천과정을 보면서 정치란 삶의 정치가 아니라 정당의 정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가 함께 무리 지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면,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을 선출하는 일은 집단의 결정에 맡겨야 옳은 일 아닌가. 선거제도가 그런 의미이기는 하지만, 후보자의 결정권도 무리의 사람들의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도지사, 시장, 도의원 등 집단과 집단이 결합한 큰 규모의 선출직은 정당적 차원의 결정에 영향을 받는다 치더라도 작은 규모인 군이나 시의원까지 정당의 영향 아래에 있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지난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지난 대선의 결과가 이번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물보다는 정당의 지지도와 선거 분위기가 승패를 갈랐다. 고무적인 현상은 청주시의원의 경우 기호 1번과 기호 2번 정당의 당선인 수가 5대 5로 나왔다는 것이다.

충북도의원 당선인처럼 한쪽 정당으로 치우친 것과 비교하면, 시의원의 경우 정당의 지지도나 선거 분위기에 휩쓸리기보다는 인물을 보고 선택했다는 의미이다.

동네를 위해 일할 사람, 주민을 위해 일을 잘해온 사람을 선택했다. 선거제도의 의미가 이런 것 아니겠는가. 동네 의원들은 정당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 공천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전국 구시군의회 의원 중 무소속은 144명이 당선되었다. 전체 당선인에 비하면 적은 수이지만, 전국 시도지사(무소속 0명), 구시군의장(17명), 시도의회 의원(5명)의 무소속 당선 비율과 비교하면 많은 수이다. 안타깝게도 청주시의회 선출직에는 무소속 당선자가 없다. 무소속 당선자가 없을뿐더러 후보자를 찾아보기도 어려웠다. 이는 당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처럼 정당색을 아예 배제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구시군의회 의원은 정당이 아닌 인물로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주민의 선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작은 단위부터 사람을 위한 정치가 실현된다면, 정당을 위한 정치, 정치인을 위한 정치 수준도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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