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부 명예교수

정치학자 새뮤엘 헌팅턴(S. Huntington)은 그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인가에 대해 민주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으로 정권교체가 두 번 이상 이뤄졌다면 어느 정도 민주주의가 정착된 나라로 평가한다. 혁명, 쿠데타, 전쟁 등에 의하지 않고 수평적 정권교체는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이다.

지금도 전 세계에는 평화적인 정권교체 없이 장기집권하는 권위주의 독재국가가 많다. 이코노미스트의 2021년 민주주의 지수를 보면 대한민국은 8.16으로 조사국가 167개 국가 가운데 16위를 차지하고 있다. 분류에 의하면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에 속한다. 이들 조사에 의하면 약 34%인 58개 국가를 비민주적인 권위주의 체제로 분류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1987년 6·29선언 이후 군부독재의 굴레에서 벋어나서 20대 대통령 선거까지 평화적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면에서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다.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심하다고 할 정도로 뒤바뀐 지방정치의 판도가 완전히 역전된 것을 보고 전체적으로 지방정치도 민주화가 되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의 독점에 대한 방패 역할로 도입된 제도이다. 그러나 우리의 지방자치와 지방선거는 중앙의 독점을 강화하고, 독점의 방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도 중앙에 예속되고, 중앙당이 전략공천이란 이름으로 그 예속성을 강화하고, 영호남을 중심으로 특정정당 독점구조로 고착화하는 지역주의에 매몰되어 지역 없는 지방선거를 치렀다. 지역 후보자도 지방자치보다는 대통령과 중앙정부와의 연계를 강조하여 스스로 자치를 포기하고 사대주의 근성을 버리지 못하였다.

지방정치와 지방자치가 지역의 문제를 정책화하지 못한 채, 중앙에 예속하여 주민이 진정한 선택의 기회를 가지지 못한 것에는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왜곡된 정당정치가 문제를 키웠기 때문이다. 지역 정치구조가 특정 정당에 독점되면서 나타나는 지역주의 선거행태와 기득권 정치인과 국회의원들의 자기 사람 심기라는 정치이해 관계 속에서 지방선거가 철저히 중앙당 대리전으로 치러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지방선거에서 지방을 사라지게 한 것이다.

주민이 없고 지방이 없는 지방선거는 정치에 대한 불신의 벽을 높게 쌓고, 정치 무관심을 키웠고, 낮은 투표율로 이를 증명하였으며, 선거를 줄 투표 로또 선거로 만들었다. 또한, 교육의 독립성은 강조하여 정당이 배제된 교육감 선거도 정책과 공약 중심의 경쟁은 기대할 수 없었고, 색깔론으로 대체되었다.

지역이 없고, 주민이 없는 선거는 출마 후보자가 바뀐다고 해도 민주주의라 판단할 수는 없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특정 권력이 아닌 주민이 있는 정당정치와 주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는 선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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