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 청주 씨어터제이 소극장서 박종보 작·연출 ‘파마합시다’ 공연
산동네 배경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는 등장인물들 통해 따뜻함 전달

극단 청년극장의 ‘파마합시다’ 연습 장면(왼쪽)과 포스터.
극단 청년극장의 ‘파마합시다’ 과 포스터.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극단 청년극장(대표 이윤혁)은 2022년 우수창작작품 지원사업 일환으로 선정된 작품 ‘파마합시다’(박종보 작·연출)를 3일(오후 7시 30분), 4일(오후 4시) 이틀간 청주 씨어터제이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파마합시다’는 척박한 산동네를 배경으로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정으로 맺어진 관계들이 그 무거운 짐을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아픔을 치유하며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어느 산동네 오래된 미용실에 중년남성 희생이 태풍을 피해 들어온다. 미용실 주인 은정과 서로 살아온 인생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은정과 희생의 어색한 분위기 속에 장발 소년과 폐품 줍는 할머니가 손님으로 오고 은정의 뛰어난 미용기술을 보며 희생도 이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은정은 그런 희생에게 파마할 것을 권유한다. 파마를 하는 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살아온 인생에 대해 깊은 대화를 주고받는다.

원래 그림을 그렸던 은정은 어려운 환경에서 태어나 외롭고 고독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20대 때 머리를 자르러 어느 미용실에 갔다가 다섯 살 연상인 미용사에게 한눈에 반해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아내는 아들 정수와 은정을 남기고 8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아내의 유언에 따라 아내가 운영하던 미용실에서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와 학교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들 정수와 살고 있다.

희생은 유통사업으로 돈을 벌며 자녀들을 유학 보내는 기러기 아빠 생활을 했는데, 공부를 다 마친 자녀들은 한국으로 돌아오려 하지 않고 부인마저도 그곳에서 다른 남자를 만나 말년에 초라한 독거노인이 됐다. 그러나 호스피스 병동 봉사활동을 비롯해 여러 봉사활동을 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무연고자들의 주검을 염해 주는 장의사로서도 봉사한다. 오늘도 산동네에서 젊은 무연고자의 시신을 수습하고 내려가던 참이었다.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 받던 중 가수가 꿈인 은정의 아들 정수와 구제 옷을 팔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탈북민 여인 숙자가 들어온다. 그때 희생의 휴대폰에 문자 한통이 도착한다. 희생이 오늘 수습한 시신이 바로 폐품 줍는 할머니의 집 나간 아들이라는 내용이었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되고 할머니에게 어떻게 전할지 망설이는 사이에 할머니가 미용실로 들어오는데 이미 구청으로부터 아들의 소식을 전해들은 듯 보인다. 할머니는 충격으로 심한 치매 증상을 보이고 잠시 정신이 들자 눈물 어린 기구한 사연을 넋두리처럼 토해낸다.

그들이 곁에서 할머니의 슬픔을 위로하며 감싸준다. 할머니는 치매로 인해 장례식장 가는 일을 아들 졸업식에 가는 걸로 착각하고 예쁘게 파마 해달라고 부탁한다. 아들이 죽기 전에 어머니를 그리며 써놓은 메모가 희생에 의해 읽히며 그 메모의 내용은 정수의 노래가 되어 울려 퍼진다.

박종보 청년극장 부대표가 직접 글을 쓰고, 연출을 맡았으며, 연극 ‘김유신’, ‘진천사는 추천석’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펼친 오영석이 은정 역을, 제39회 충북연극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이양호가 희생 역을, 권영옥, 정수현, 오우영, 유혜빈 배우 등 청주 연극계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이 함께 열연을 펼친다. 

박종보 연출가는 “우리는 각자 자신이 짊어진 인생의 무게가 있다. 어떤 이는 그 무게가 감당할 만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너무 무거워 금방이라도 쓰러 질것 같다고 느낄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은 더불어 산다는 것이 참으로 소중한 것 같다. 그 무거운 짐을 조금씩만 나눠 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물음으로 이 공연을 준비했다”며 “각자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사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정으로 맺어진 관계들이 그 무거운 짐을 어떻게 나누고 어떻게 아픔을 치유하며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보여주고 싶다. 이 작품으로 파마머리처럼 복잡하게 꼬이고 꼬인 인생사를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다듬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극단 청년극장은 1984년 4월 창단, ‘정복되지 않는 여자’를 시작으로 2022년 현재까지 179회 정기공연을 올렸다. 1985년부터 충북연극제에 참가, 최우수 단체상을 20회 수상했으며, 전국 연극제에서 대상(대통령상) 2회, 금상 1회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이번 정기공연 ‘파마합시다’ 예매는 전화 및 인터파크(https://bit.ly/ 3MLb1RT)를 통해 할 수 있으며, 예매를 하면 3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이 가능합니다. ☏043-269-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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