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테라피 강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존재와 전쟁을 한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하게 존재하면서 우리의 생활을 압도해내는 바이러스. 우리나라는 물론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간절한 소원은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가 소멸하는 것이리라.

내 생애 단 ‘세 가지의 소원을 말하고 그것이 꼭 이루어진다면 어떤 소원을 말할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하는 이선미 작가의 ‘진짜 내 소원’으로 삶을 돌아보자.

한 아이가 발견한 호리병 지니, 아름다운 색깔의 연기를 내뿜으며 아이에게 소원을 말해보라 고 한다. 그런데 소원은 세 가지만 말하란다. 아이는 첫 번째로 공부를 잘하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1등을 한 사람은 소년이 아닌 엄마이다. 이건 너의 소원이 아니니 두 번째 소원을 말하라고 한다. 돈을 많이 벌게 해 달라는 소원을 말하는데 역시 아이가 아닌 아빠가 새 차를 사게 된다. 아이가 말한 소원은 엄마 아빠의 소원이라는 것이다. 이제 한 번밖에 안 남았으니 진짜 네 소원이 무엇인지 말하라고 하자 아이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러자 지니는 너의 진짜 소원이 뭔지 알려면 너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자 아이는 자신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으니 많이 생각해보고 1년 뒤에 소원을 말하기로 한다.

1년이 지났으니 이제 세 번째 소원인 진짜 내 소원을 말할 수 있는데 왜 안 나오느냐고 한다. 지니는 말한다. 너의 세 번째 소원은 1년 뒤에 소원을 말하는 것이었으니 세 가지 소원을 다 들어준 것이라고 한다. 아이는 왜 맨날 세 가지 소원밖에 안 들어주느냐 백 가지 정도는 들어주어야지 진짜 내 소원이 이렇게나 많은데 라고 말한다.

첫 번째 꿈인 1등을 하게 해달라는 소원에 엄마가 1등을 한 것은 어려서부터 주입되어온 강요된 꿈이고, 두 번째 꿈 역시 자신의 꿈은 아닌 것을 알고 진짜 자신의 소원을 찾기 위해 1년이란 시간을 달라고 하는 것은 아이의 성장을 기대하게 한다. 생각 없이 급한 마음에 마지막 한 가지 소원을 말해버렸다면 나중에 생각난 백 가지 소원들은 그의 인생 내내 삶을 불행으로 치닫게 할지도 모르는데 작가는 아이의 꿈에 잠시 쉼표를 찍어 성장을 기다린다. 지니라는 요술 램프의 동화적 요소를 빌려 유치하게 느낄 수도 있지만 솔직하고 진정한 자기만의 행복을 찾기를 기대하게 한다.

아이는 자의든 타의든 갖게된 세 가지 소원을 홀랑 써 버렸지만, 잘 성장해 나가고 보면 그것이 결코 헛되지만은 아니었음을 깨달을 것이다. 아이는 마지막 소원을 말하기 위해 백 가지나 되는 소원을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찾아내지 않았던가. 그러니 상기된 아이에게 너의 세 번째 소원은 일 년 뒤에 소원을 말하는 것이었으니까 기회를 이미 다 써버렸다는 건 야박하지 않을 수 있겠다. 아이는 왜 꼭 세 가지 소원만 들어주느냐고 말할 수 있다는 것도 주어진 틀이 아니라 다른 규칙은 불가능한가를 찾는 프레임의 전환을 시도하는 것으로 본다면 또 다른 성장이 되겠다. 아이는 스스로 찾아낸 진짜 자신의 소원을 의식하며 비상할 것이다.

인생의 내용이 크고 작은 소원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라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룬 꿈과 포기한 소원들이 선명해진다. 어른이 되어 진정한 자신의 소원들을 숙고해 보면 그 소원과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며 살아온 나의 날들에 감사하다. 나는 못 이룬 꿈을 이루며 살 수도 있을 다음 세대, 자식이 있는 것도 만족스럽다. 꿈 앞에 간절한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낼 그네의 여정에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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