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택 충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희택 교수
강희택 교수

 

-비만으로 인한 진료비 4년새 30배 이상 증가…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부상

-고혈압부터 우울증까지…합병증 유발하고 사망률 높이는 고도비만, 협진 체계를 통한 최선의 의학적 치료 옵션 탐색 필요

-비만대사수술, 체중 감량과 유지뿐만 아니라 동반 질환 치료에도 큰 효과

 

‘확진자’가 아닌 ‘확찐자’라는 말이 신조어로 유행하고 있을 정도로, 2010년 이후 10년 간 꾸준히 상승해오던 국내 비만율은 코로나 국면을 맞은 이후 전례 없는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비만 환자는 2017년 대비 2배 이상에 육박하며, 이에 따른 진료비는 약 30배 이상 증가함에 따라 비만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부담으로 부상했다. 충청지역은 2020년 자가보고 기준으로 충청북도 32.1%, 충청남도 31.4%의 비만율을 보여 도민 3명 중 1명에 가까운 인구가 비만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과 고도비만은 체지방량의 과도한 증가로 정의되며, 이로 인해 단순히 미용적 측면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전신에 걸친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유발하는 등 의학적 치료를 필요로 하는 ‘질환’이다. 비만의 대표적 동반질환인 제2형 당뇨병은 비만한 사람에서 발병 위험도가 5~13배 상승한다. 비만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50% 높이고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 또한 50%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담석 발생률 증가, 암,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호흡기계 질환, 신경계질환 역시 비만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의 진단은 체내 지방량을 측정하여 평가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실제 지방량 측정이 까다로운 만큼 통상적으로 비만 정도를 평가하는데 몸무게(kg)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인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를 사용한다. 국내에서는 대한비만학회의 기준을 따라 이 체질량지수가 25 - ≤30 kg/㎡ 을 비만, 30 - ≤35 kg/㎡ 을 고도비만, 35 kg/㎡ 이상을 초고도비만으로 정의하고 있다.

최근에는 비만과 고도비만의 심각성이 잘 알려져, 많은 환자들이 식이습관 개선과 운동 등 ‘다이어트’를 통한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이미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을 동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체중 감량 시도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아직 동반 질환이 없더라도, 체내에 과도하게 축적된 지방은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호르몬의 변화를 유발해 단기간의 체중 감소 시도에 반응하지 않거나 체중 감량 후 요요현상을 겪게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비만과 고도비만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가하는 하나의 ‘질병’임을 인식했다면, 이를 혼자 해결하려고 시도하기보다는 여느 질병과 마찬가지로 병원을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비만 치료 방법으로 에너지 섭취를 조절하는 식이요법,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키는 운동요법, 잘못된 체형인식을 바로잡아주는 인지치료 외에 약물치료, 수술치료 등이 시도될 수 있다.

체중 조절에는 1차적으로 열량섭취 감소와 신체활동 증가가 필수적이며, 식생활습관 조절이 어려운 경우 안전성이 검증된 비만 약물을 보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약물치료를 통한 체중조절에 실패한 경우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개인의 특성 및 의학적 상태에 따라 개별화된 치료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내분비대사내과, 외과, 가정의학과, 정신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의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최선의 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다학제 진료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체질량지수 35 kg/㎡ 이상의 초고도비만 환자의 경우 비만대사수술을 시도할 수 있다. 비만대사수술이란 외과적 치료를 통해 음식 섭취량과 소화 흡수량을 근본적으로 줄이는 방식으로,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고, 비만과 연관된 호르몬과 장내 세균 변화를 일으켜 지속적인 체중 감량 효과 유지를 돕는다.

체중 감량을 통해 동반 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제2형 당뇨병과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수면무호흡증 등 이미 앓고 있는 동반 질환에 치료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비만대사수술이 처음 등장한 이래 꾸준한 의학적 발전을 통해 수술 자체의 위험성 역시 크게 개선되어, 합병증 비율 및 사망 위험도는 흔히 이루어지는 담낭절제술과 비슷하거나 더 안전한 수준에 도달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체질량지수 35 kg/㎡ 이상의 초고도비만 환자, 체질량지수 30 kg/㎡ 이상에서 비만 관련 합병증을 동반하고 있는 환자, 그리고 체질량지수 27.5 kg/㎡ 이상에서 비수술적 치료로 혈당이 적절히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에 비만대사수술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수술적 치료 역시 다른 치료 옵션과 마찬가지로 효과와 안전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전후 과정에서 협진 체계의 진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체중 감량은 개개인의 과제라는 인식이 팽배한 실정이라 의학적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고도비만 환자들이 많지 않다. 비만과 고도비만은 단순한 과체중 상태를 넘어 건강에 큰 위협을 가하는 하나의 ‘질병’임을 인지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지역 내 ‘비만 클리닉’을 운영하는 병원에 내원해 전문의의 도움을 얻는 것이 비만 및 심각한 합병증 발생을 예방하고, 이미 앓고 있는 신체적, 정신적 동반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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