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 중산고 교감

며칠 전부터 5월 23일 월요일 0시를 기다렸다. 이 날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축구 선수 손흥민이 시즌 마지막 경기를 하는 날이다.

마지막 한 경기를 남기고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은 내년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 직행하는 4위 싸움을 어렵게 하고 있었고, 손흥민은 22골로 리버풀의 살라흐에 이어 1골 차로 2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마지막 경기를 이기면 손흥민의 소속팀은 내년에 꿈의 무대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할 수 있고, 손흥민이 두 골을 넣으면 득점왕이 될 수 있기에 이 날만을 설레며 기다렸다.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많은 팬들이 한마음으로 열심히 응원한 덕분인지 토트넘은 5대 0으로 승리했고 손흥민은 두 골을 넣어 살라흐와 함께 공동득점왕에 올라 골든 부츠를 받았다.

TV 중계를 하는 우리나라 아나운서는 얼마나 감격했는지 흥분된 목소리로, ‘축구팬 여러분, 우리는 손흥민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마음껏 누려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그 말을 들으며 나도 모르게 울컥 했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최초로 세계 최고 리그의 득점왕에 오른 것이다.

월요일 아침부터 인터넷이나 TV, 언론매체들은 다투어 손흥민의 득점왕 소식을 가득 쏟아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부터 파급된 물가인상으로 인한 위기나 부동산가격이나 일자리 문제로 이래저래 먹고살기 갑갑하고 우울했던 기분을 씻겨내는 청량한 소식이었다.

국내팬들은 물론 일본의 팬들도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고, 손흥민을 아시아의 자존심으로 부르며 칭송하고 부러워했다. 영국인들도 손흥민이 영국에서 태어났으면 FIFA가 수상하는 발롱도르(올해의 선수상)를 수상했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내고, 이미 월드클래스의 선수라고 추켜세웠다.

축구를 좋아하는 팬이라면 누구나 세계 최강이라 불리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득점왕이 어떤 존재인지, 유럽 챔피언스 리그 무대를 밟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 것이다.

모든 축구선수들은 세계 최강이라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기를 꿈꾼다. 축구선수가 아니더라도 축구를 사랑하고 즐기는 많은 사람들이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올드 트래포드 구장에서 맨유와 맨시티의 맨체스터 더비를 보거나 토트넘과 아스널이 경기하는 북런던 더비를 현장에 가서 직관하는 꿈을 꾼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와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옆 학교에 축구부가 있다. 작년에 고등부 대회에 전국 4강에도 오르고 졸업생이 현 월드컵 국가대표로 뛰고 있는 축구명문 학교다.

야간 자율학습을 하다보면 운동장에 불을 밝히고 공을 차고 있는 축구선수를 본다. 어느 날에는 아무도 없는 텅빈 운동장에 우리 학교 교실 불빛에 기대어 혼자 연습에 몰두하고 있는 선수를 보기도 한다.

어떤 간절함이 저들을 밤늦은 시간에 저렇듯 홀로 뛰게 했을까? 손흥민은 어린 나이에 머나먼 타국에 가서 어떻게 생활했기에 오늘의 빛나는 성취를 얻을 수 있었을까? 손흥민이 이룬 성취가 지금 어디선가에서 자기의 꿈을 이루기 위해 땀흘리는 청춘들에게 큰 힘과 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하면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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