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단 “조선시대까지 5차례 이상 고쳐 쌓아”
고려시대 조성된 깊이 3m 정도 우물도 확인

부여 가림성 발굴 대상지 전경.

 

[충청매일 전재국 기자] 부여 가림성이 백제시대 사비도성 관문으로 사용된 흔적이 확인됐다.

부여군은 문화재청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부여 가림성 8차 발굴조사’에서 초축 성벽, 석축 배수로 등을 발견했다고 22일 밝혔다.

군에 따르면 ‘부여 가림성’은 백제 수도 사비도성의 방어를 위해 501년(동성왕 23년)에 쌓은 석축산성이다. 백제가 쌓은 성터 중 옛 지명과 축성연대를 알 수 있는 유일한 성으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된다.

이번 발굴조사는 가림성 북쪽 성벽과 성 내측 시설물을 확인하기 위해 추진됐다. 2019~2020년 조사에선 통일신라시대와 조선시대 집수지가 확인된 바 있다.

올해는 성벽의 구조와 함께 성내 시설물을 포괄적으로 확인하기 위해 성 외측에서 내측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그 결과 백제시대 처음 성벽이 조성된 후 통일신라와 고려시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5차례 이상 고쳐 쌓은 흔적과 수축될 때마다 성 내측에서 지속적으로 시설물을 조성한 흔적이 확인됐다.

조사된 성벽은 성흥산의 북쪽 사면에 위치한 깊은 곡간부를 감싸는 구간에서 확인됐다. 성벽을 쌓기 전에 곡간부는 흙과 돌을 채워 수평하게 다졌고, 사면부는 원지형의 지면을 고르게 하는 등 백제 토목 기술의 흔적이 조사됐다. 기초공사는 성 내측을 포함한 주변으로 넓은 범위에 걸쳐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확인된 성벽 잔존 높이는 최대 5.2m이고, 폭은 외벽면을 기준으로 최대 12m이다. 기초공사로 마련된 대지 위에 화강암을 가공해 외벽을 쌓고 내측은 흙으로 쌓아 조성했다.

성벽 내측 끝자락에선 성벽과 나란하게 조성된 석축 배수로도 확인됐다. 부소산성에서 확인된 석축 배수로와 같은 형태로, 0.9~1m 너비로 돌을 세워 벽을 만들고 그 내부의 바닥에는 판판한 돌을 깔아 시설했다.

성벽은 백제의 초축 이후 지속적으로 고쳐 쌓았는데 외벽은 초축 성벽 앞쪽에 돌출되게 덧대 기존 성벽을 보강했고, 곡간부 중앙에는 쉽게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하단에 큰돌로 성외벽을 축조했다.

성 내측에서는 석축된 내벽이 확인되며 1~4단 정도 남아있는 내벽면의 흔적으로 보아 조선시대까지 최소 5차례 이상 수축된 것으로 판단된다. 2019~2020년에 조사된 통일신라시대와 조선시대 집수지 외에도 고려시대 내벽에 붙여 조성된 우물이 추가로 확인됐다. 우물 내부는 56×75㎝ 정도의 방형으로, 깊이는 최대 3m 정도다.

이번 조사는 그간 가림성에서 실시된 적 없었던 성벽과 내부 공간 활용의 단면을 한 번에 살필 기회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를 통해 가림성 북사면 곡간부에 조성된 성벽의 축조 기법과 성내의 배수체계 등 백제 토목 기술을 확인했고, 백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용되면서 수·개축한 토목 기술력은 물론 가림성의 역동적인 변화상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향후 가림성에 대한 복원·정비 사업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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