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방역 사령관이었던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의 임기가 17일 종료됐다.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선에서 가장 고군분투(孤軍奮鬪)한 사람중 한사람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고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언론에 그의 얼굴이 비칠때마다 하루하루 사력을 다해 진을 빼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만큼 주어진 역할에 진정있게 대처한 사람이었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는 머리 손질 시간도 아껴가며 방역에 힘썼다. 그의 머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새하얗게 변했고 얼굴도 수척한 모습을 보였다.

의사 출신인 그는 1995년 국립보건원 연구원 특채로 공직에 입문해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 질병관리본부 만성질환과장, 질병예방센터장, 긴급상황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 감사원으로부터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으로 정직을 권고받아 공직 생활의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중앙징계심의위원회가 권고안보다 낮은 감봉 1개월 경징계 처분을 확정해 공직에 남게 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7년 7월 질병관리본부장으로 발탁돼 국민의 건강과 감염병 등 질병 위험에 대응해왔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대유행 되면서 우리나라도 코로나19를 피해갈 수 없었다.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전국 유행 국면에 접어들자 방역당국의 역할이 커졌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가 2020년 9월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돼 청장 또한 차관으로 승진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3T(검사, 추적·격리, 치료) 전략을 바탕으로 코로나19 확진자를 빠르게 찾아내 격리하는 방역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드라이브 스루, QR코드 기반의 전자출입명부, 무증상·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생활치료센터 등 K방역의 신화를 만들었다.

2021년 1월부터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이끌었다. 전국 시군구마다 예방접종센터를 설치해 백신 도입 시기 및 물량을 고려해 백신을 배부했다. 카카오와 네이버와 협력한 ‘잔여백신 당일예약’ 시스템도 구축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엔데믹(풍토병) 체제로 전환하면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에 이어 이달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 하향, 실외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 일상 회복까지 지휘했다.

그는 방역과정에서 중요한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직접 언론에 나와 브리핑을 해주었다. 중간중간 언론의 질책도 달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10월 새롭게 도입하는 방역 체계 ‘단계적 일상회복’의 최종 시행방안을 발표하는 날은 그의 낡은 구두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상황에따라 국민의 목소리를 주의 깊게 경청해 반영하는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임기 마지막까지도 정부세종청사에서 지속가능한 효율적 감염병 관리체계 전환 브리핑을 직접 해냈다. 영국 BBC 방송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100인’,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은 ‘정은경’이라는 이름을 오래 기억할 것이다. 언제 다시 그를 닮은 고위공직자를 만날 수 있을지 요원한 시대다. 그동안 참으로 고생 많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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