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민아트센터, 생태학적 감수성의 중요성 제안
우민아트센터, 생태학적 감수성의 중요성 제안
  • 김정애 기자
  • 승인 2022.05.17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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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까지 주제기획전 개최…엄유정·유영진·정혜정·조은지 작가 참여
유영진, 캄브리아기 대폭발, 2018, 피그먼트 프린트.

 

[충청매일 김정애 기자] 우민아트센터는 오는 7월 2일까지 2022 주제기획전 ‘소란한 여름, 햇살에 기대어 서서’를 개최한다.

‘소란한 여름, 햇살에 기대어 서서’는 인류로 인해 기후 재난, 생물 멸종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생태학적 감수성의 중요성을 제안하는 전시다. 예술을 통해 알아챔의 기술(art of noticing)을 미학적으로 경험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한 세계를 그것의 고유한 리듬과 스케일에 따라 감각하고,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상호 얽힘을 발견하며 종간 경계에서 가로넘기를 시도하는 등 생태학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지구에서 인간과 함께 존재하는 다양한 비인간 존재들을 다룬 작업을 소개한다. 전시에는 엄유정, 유영진, 정혜정, 조은지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전시에서는 식물과 동물, 생물과 미생물, 인간과 동물 등 다양한 층위의 존재들이 어떻게 작업에 다뤄지는지 볼 수 있다. 꽃과 덩굴, 밤 풍경과 얼음, 밤 바다의 파도, 노랗게 변성된 폴리 우레탄 폼 덩어리, 철사와 파이프, 가지치기한 후 새싹을 돋아내는 기이한 형태의 선인장, 인간의 쌍둥이 형제라는 문어, 끈적했다 굳었다가 지금도 상태가 계속 바뀌고 있는 스코비, 이름과 사진만이 남은 멸종동물들, 인체 안팎을 오가는 바이러스.

각 존재들은 오랜 시간 작가가 대상과 대면하는 과정을 거쳐 회화로 재현되거나 미지의 생명체를 상상하는 계기가 된다. 다른 존재 돼보기의 출발점이 되는 한편 인간과 이종 결합되며 공생의 희망을 말한다.

우민아트센터 관계자는 “인간은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하는 과정에서 자연을 통제하고 변형했으며, 그 여파는 기후재난, 환경오염, 인수 공통 전염병의 유행 등 다양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기후 변화와 함께 자연은 고유의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인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재야생화(rewilding) 담론에 기대, 다양한 종의 소리가 우거지는 ‘소란한 여름’을 맞기 위해서는 인류가 생명권력을 휘둘렀던 자연, 생물과 미생물 등을 포함한 비-인간(non-human)의 개별성과 고유성을 들여다보고 존중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관점을 취합해 보았다”고 밝혔다.

엄유정 작가는 주변 환경의 다양한 시각적 경험을 회화로 옮겨낼 방법을 고민하며 자연에서 다양한 시간성을 가진 존재들을 관찰하고 이미지를 수집해왔다. 식물 하나하나는 단일한 종의 이름 아래 환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채롭게 존재한다. 작가는 식물을 서정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식물의 모양에서 발견한 본질을 잘 담아내는 것과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두 가지 과제를 함께 고민한 뒤 색과 재료, 붓질하는 방향과 속도를 정해 그 세계 고유의 모양과 리듬을 회화적으로 표현한다.

유영진 작가의 ‘캄브리아기 대폭발’(2018)은 1970~1980년대 지어진 오래된 다세대 주택 벽돌 건물에 덧대인 건축 부속물이 이루는 풍경을 바라보며 도시 거주지에 미지의 생명체 출현을 상상하며 시작된 작업이다. PVC파이프나 폴리우레탄 폼 같은 인공 부속물들은 건물이 처음 지어졌을 때는 없었지만 건물 벽이나 콘크리트 틈새를 메우는 보수과정에서 계속 덧붙여진다. 작가는 이런 낯선 물질들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것을 보며 수억년 전 새로운 생물종이 폭발적으로 출현했던 캄브리아기를 상상했다.

조은지 작가는 인간과 비-인간, 생물과 비생물, 우리와 그들, 이곳과 저곳처럼 존재 사이에 그어진 경계를 해체하고 재설정한다. 작가는 2018년부터 문어를 소재로 다중 정체성과 종(種)간 경계를 넘는 새로운 언어의 가능성을 실험했다. 신화 속에서 문어가 이 세계에서 다른 곳으로 건너갈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면, 모래 위에 인간이든 문어든 누군가가 남긴 그 원형의 구멍은 서로가 경계를 넘어 서로의 세계로 넘나들 수 있는 통로인지도 모른다.

정혜정 작가는 우리 삶의 공간에 존재하지만 주변으로 밀려난 다양한 비-인간 존재에 주목하며 작업해왔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하는 ‘끝섬’(2021)과 ‘액체인간’(2021)은 물을 매개로 거시적, 미시적 차원에서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서로 얽혀 있는, 공생(symbiosis)의 관계에 있음을 말한다. 이처럼 ‘끝섬’과 ‘액체인간’은 거시적, 미시적 차원에서 나와 다른 존재 사이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다종다양한 존재가 얽혀 공존하는 세계를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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